우오현 삼라마이더스(SM)그룹 회장과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공통점이 많다.

두 사람 다 맨 주먹으로 출발해 자수성가했고 인수합병(M&A)으로 그룹을 일궈냈다.

여기에 한진해운의 침몰로 급변한 해운업계에서 위상이 더욱 커진 점도 하나 더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우오현 김홍국, SM상선과 팬오션으로 해운업 라이벌로 맞서  
▲ 우오현 삼라마이더스(SM)그룹 회장.
7일 업계에 따르면 SM상선이 8일 한국~태국‧베트남 노선에서 출항하는 것을 시작으로 해운사로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SM상선은 SM그룹이 파산한 한진해운 자산과 인력을 인수해 세운 신규법인이다.

SM상선은 8일 낮 부산북항의 부산항터미널에서 1천3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이타품'호를 띄우고 컨테이너 300여TEU를 싣고 베트남을 향해 출항할 것으로 알려졌다.

SM상선은 이를 시작으로 4월부터는 일본, 중국 등으로 노선을 확대할 계획을 세웠으며 20일에는 미주 선안 노선에도 첫 선박을 투입하게 된다.

SM상선의 출항은 국내 해운업계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한진해운이 60년 동안 국적 해운사로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오다 몰락한 뒤 SM상선이 일부 노선에서나마 그 명맥을 이어가게 됐기 때문이다.

SM상선은 올해 초 한진해운의 미주·아시아 노선과 주요 영업인력, 화주 정보 등 주요 자산을 인수했다.

SM상선은 현재 6500TEU급 5척, 4300TEU급 1척, 1000TEU급 1척 등 총 7척의 선박을 구입했고 1000~2000TEU급 선박 5척을 임대(용선)해 모두 12척의 선대를 구성했다. 선복량 기준으로 세계 33위 수준인 약 4만7000TEU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우오현 회장에게도 SM상선의 출항이 의미가 클 것으로 보인다. SM그룹에서 벌크선 사업을 하는 대한해운과 함께 신생 컨테이너선사인 SM상선을 통해 종합해운물류사로 도약하기 위한 첫발을 내딛는 셈이다.

우 회장은 특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침몰로 사실상 해운업계를 떠난 만큼 더욱 독보적인 위상을 지니게 됐다.

우 회장과 함께 해운업계에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이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을 꼽을 수 있다. 김 회장도 팬오션을 인수해 벌크선 사업에서 순항하고 있다.

팬오션은 하림그룹에 인수된 뒤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최근에는 대규모 장기계약을 따내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하며 해운업 불황에도 돋보이는 면모를 보이고 있다.

  우오현 김홍국, SM상선과 팬오션으로 해운업 라이벌로 맞서  
▲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우 회장과 김 회장은 재계에서 꼽는 대표적 자수성가형 기업인인데 ‘주인’없는 국내 해운업계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됐다.

SM그룹을 모회사로 둔 대한해운은 벌크선 분야에서 팬오션과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두 사람은 1970년대 양계업에 나란히 출발해 재벌의 반열에 우뚝 섰다. 연배는 우 회장이 김 회장보다 4년 앞선다.

우 회장은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광주상고를 다니던 시절 양계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김 회장은 전북 익산 출생으로 이리 농고 재학 중에 병아리 몇 마리를 키워 번 돈으로 양계업을 시작해 닭고기회사 하림을 키워낸 것으로 유명하다.

우 회장과 김 회장은 양계업을 하던 시절 실제 동료이자 라이벌이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의 사업여정은 출발이 비슷했지만 과정은 상당히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우 회장은 양계업에서 돈을 벌어 1988년 광주에서 삼라건설을 세웠다. 김 회장이 양계업을 발판으로 닭고기 가공회사 하림을 세웠고 그뒤 식품사업으로 발을 넓혔다.

재계는 우 회장과 김 회장 모두 인수합병(M&A)를 통해 덩치를 불렸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방식에는 상당한 차이점도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우 회장은 건설업 외에도 제조업이나 금융업 등 관련 분야가 아닌 회사를 거침없이 사들인 반면 김 회장은 기존 사업과 연계를 인수합병 결정하는 데 무엇보다 중시한다는 것이다. 하림그룹이 팬오션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때도 곡물과 축산, 식품을 기반으로 한 물류사업 진출이 목적이었다.

두 사람은 이제 위기를 맞은 국내 해운업의 부활을 이끄는 중요한 출발선에 다시 서게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