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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병우 현대엘리베이터 사장. |
장병우 현대엘리베이터 사장은 현대그룹에서 손꼽히는 ‘해외영업통’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그룹의 재도약을 위한 보루로 자리매김했는데 장 사장은 40년에 가까운 해외영업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23일 현대엘리베이터에 따르면 장 사장은 중국 인도 터키 등 승강기시장 규모가 큰 국가들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판단하고 현지 생산시설과 영업망을 확대하기 위해 발로 뛰고 있다.
중국은 매년 설치되는 승강기만 60만 대로 전 세계 수요의 70%를 차지하고 그 뒤를 인도가 잇는다. 터키는 연간 3만 대 수준이지만 동유럽으로 진출하는 관문이 될 수 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글로벌 기업이 많은 곳보다 후방의 중소도시를 공략했을 때 승산이 있다고 본다”며 “인도에는 올해 법인을 세우고 터키에서 생산공장을 인수하거나 새로 짓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사장은 2월 초에 중국법인의 연구개발센터 관련 행사에 참여하는 등 중국 현장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사업을 챙기고 있다. 중국어 과외를 받은 지 1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중국 현지 워크숍에서 중국어로 연설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인도에도 태스크포스팀을 6개월 동안 파견해 현지조사를 하는 등 법인을 세울 사전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해 8월 터키의 건설에너지종합회사 STFA그룹과 합작법인을 세운 데도 장 사장의 추진력이 뒷받침됐다. 장 사장은 터키를 방문하기로 했던 7월에 쿠데타가 터졌는데도 항공편을 수소문한 끝에 현지를 찾아 STFA그룹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현대엘리베이터의 해외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현대엘리베이터는 아직 세계 9위이며 국내 1위라는 사실이 오히려 가장 큰 위험요인”이라며 “자만은 개인이나 회사에 가장 지독한 병이고 우물 안에서 1등을 해봤자 소용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내에서 1위를 하고 있다고 해도 좁은 내수시장에만 의존했다가는 우물안 개구리 꼴이 된다는 것이다.
장 사장은 현대그룹에서 손꼽히는 해외영업통이다. 회사생활 41년 가운데 39년을 해외영업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했다.
그는 1973년 럭키(현 LG화학) 수출부 사원으로 입사한 뒤 LG상사 LG산전(현 LS산전) LG오티스엘리베이터(현 오티스엘리베이터) 등을 거치는 동안 해외영업을 해왔다.
1981년 금성사(현 LG전자) 수출1과장 시절 미국의 대형소매점인 JC페니 임원이 묵던 호텔 옆방을 잡고 10장짜리 편지까지 보낸 끝에 컬러TV 5만 대를 판매한 일화는 지금도 입에 오르내린다.
장 사장은 “영어로 수출은 ‘엑스포트’인데 포트(항구)를 떠나면 잊어버린다는 뜻이 들어가 있다”며 “그러면 외부인으로 남아 세계화를 이룰 수 없는 만큼 수출이라는 말을 잊어버리고 해외시장의 ‘내부인’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