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미국 수출규제 피해 중국용 AI칩 개발할 듯, 삼성전자 중국 HBM 수혜 이어지나

▲ 엔비디아가 강화된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를 피해 중국 생성형 AI 기업 '딥시크'와 손잡고 새로운 중국 전용 AI 칩 개발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운 중국 전용 AI 칩에는 HBM3 이하급 저사양 HBM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가 수혜를 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가 중국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업 '딥시크'와 손잡고 미국의 강화된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맞춘 차세대 중국용 AI 칩 개발에 나설 전망이다. 

이 AI 칩에는 수출이 막힌 ‘H20’에 탑재된 5세대고대역폭메모리(HBM3E)보다 낮은 세대의 HBM이 탑재될 가능성이 높아, 일각에서는 구형 HBM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가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21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행정부의 강화된 대중 AI 반도체 규제 발표 직후인 지난 17일 중국을 방문, 중국 AI 칩 공급을 이어갈 뜻을 내비쳤다.

황 CEO는 런홍빈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회장과 만나 “엔비디아는 앞으로도 (미국의 중국 수출) 규제를 준수하는 체계를 최적화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지만, 중국 시장에 대한 (AI칩) 서비스를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황 CEO는 중국 AI 기업 ‘딥시크’ 창립자 량원펑 회장을 만나 대중 수출 규제에 맞춘 새로운 AI 칩 개발을 논의했다.

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의 경영진과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각) 엔비디아의 중국용 AI 칩인 ‘H20’과 AMD의 ‘MI308’ 등을 비롯해 유사한 성능의 AI 칩의 중국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전체 AI 칩 매출의 13%를 중국에서 올렸다. 일각에서는 중국 우회 수출 등을 고려하면, 엔비디아 전체 매출의 33%가 중국 매출일 것이란 분석도 내놓는다. 그만큼 엔비디아 입장에서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인 셈이다.

엔비디아가 미국의 새로운 수출 규제에 맞춘 중국 전용 AI 칩 개발에 나설 것으로 전해지면서, 삼성전자가 중국 HBM 사업에서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엔비디아가 딥시크와 개발하는 차기 AI 칩에는 연산속도와 대역폭을 낮추기 위해 낮은 사양의 HBM이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경쟁사들이 거의 생산하지 않는 구형 HBM을 양산하고 있다.
 
엔비디아 미국 수출규제 피해 중국용 AI칩 개발할 듯, 삼성전자 중국 HBM 수혜 이어지나

▲ 삼성전자의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 아이스볼트 홍보용 이미지. <삼성전자>


수출이 금지된 H20은 4세대 HBM3와 5세대 HBM3E를 탑재했다. 다시 말해 차기 엔비디아 중국 전용 AI 칩은 최소 4세대 HBM3 이하 제품이 탑재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전체 HBM 매출 가운데 3세대 HBM2E와 4세대 HBM3 매출 비중은 3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비해 올해 SK하이닉스의 5세대 HBM3E 비중은 9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비교해 아직 생산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HBM3E로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미국 수출 규제 전까지 엔비디아의 중국용 H20에 4세대 HBM3를 공급해왔다. 

만일 엔비디아와 딥시크가 개발하는 AI 칩에도 삼성전자 HBM이 탑재된다면, 삼성전자 HBM의 중국발 수혜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당국의 대중국 AI 칩 수출 규제와 엔비디아의 성능을 낮춘 중국 전용 AI 칩 개발은 수년간 반복돼왔다.

지난 2022년 10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A100’과 ‘H100’ 등의 중국 수출을 규제하자, 같은 해 11월 엔비디아는 중국용 A800을, 2023년 3월 H800을 제작해 공급했다.

또 미국 당국이 2023년 10월 H800 등의 중국 수출을 막자, 엔비디아는 지난해 2분기 H20을 출시하며 중국 공급을 이어갔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