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정부 중국과 'AI 전쟁' 전면전, 화웨이·딥시크 충격이 위기감 키워

▲ 미국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인공지능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와 딥시크 규제 검토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중국에 밀려 군사 경쟁력도 뒤처질 수 있다는 공포심을 반영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중단, 딥시크의 미국 기술 활용 금지를 비롯한 조치로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했다.

화웨이와 딥시크의 기술 발전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중국에 우위를 가져다주고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자 뒤늦게 대응에 나서며 자국 기업의 타격마저 감수하는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17일 “엔비디아와 딥시크를 대상으로 한 트럼프 정부의 규제는 인공지능 기술력이 중국에 뒤처질 수 있다는 미국의 두려움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인공지능 발전이 주요 산업을 넘어 군사무기 분야에서도 미국에 우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뚜렷해지며 뒤늦게 강경한 조치로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엔비디아가 바이든 정부 규제에 따라 성능을 낮춰 개발한 중국시장 전용 인공지능 반도체 H20을 사실상 판매하기 어렵도록 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이러한 내용을 텐센트와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 중국 상위 고객사에도 사전에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 중국 현지 판매조직마저 미국 정부의 공식 발표를 보고 인공지능 반도체 수출 통제 내용을 파악했을 정도로 이번 규제 조치는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약 2개월 전 공개된 중국의 인공지능 서비스 딥시크 등장에 충격을 받아 이처럼 강력한 대응을 서두른 것이라고 파악했다.

딥시크가 미국의 기술을 아예 활용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블랙리스트 조치도 검토되고 있다. 미국에서 딥시크를 이용하는 것도 곧 제한될 가능성이 떠오른다.

중국의 인공지능 기술 발전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공세는 트럼프 1기 정부와 바이든 정부, 이번 트럼프 2기 정부에 걸쳐 꾸준히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미국 정부가 시행한 규제는 여러 허점을 드러냈다. 화웨이의 자체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과 양산, 딥시크 상용화 등이 이를 보여주는 결정적 근거다.

화웨이는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뒤에도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연구개발을 강화하며 엔비디아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인공지능 반도체를 상용화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 중국과 'AI 전쟁' 전면전, 화웨이·딥시크 충격이 위기감 키워

▲ 중국 화웨이와 딥시크 로고.

딥시크는 중국에서 판매가 허용된 엔비디아 저사양 반도체만으로 불가능한 수준이라 여겨졌던 고성능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며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 정면 경쟁을 예고했다.

미국 정부는 자연히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데 이어 다양한 규제 조치에도 중국의 인공지능 기술 발전 속도가 미국을 앞지를 수 있다는 위협을 실감하게 됐다.

트럼프 정부에서 결국 엔비디아와 AMD 등 자국 기업의 타격을 감수하면서까지 중국에 반도체와 기술 공급을 대거 중단하는 결단을 내린 셈이다.

엔비디아는 미국의 이번 규제가 55억 달러(약 7조8천억 원), AMD는 8억 달러(약 1조1천억 원) 상당의 금전적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발표를 전했다.

미국 정부의 이번 규제는 기존과 달리 중국의 인공지능 산업 발전에 확실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텐센트와 바이트댄스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 반도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던 만큼 기술 개발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바라봤다.

딥시크 등장 이후 중국 기업들의 엔비디아 제품 수요는 오히려 급증하는 추세를 보여 왔다. 투자 효율성이 높은 딥시크의 기술은 인공지능 발전에 새로운 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여전히 엔비디아 저사양 반도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기술이었다.

화웨이나 캠프리콘 등 중국산 인공지능 반도체가 대안으로 꼽히지만 공급 능력이나 소프트웨어 생태계 등 측면에서 엔비디아를 따라잡으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중국 클라우드 업체들은 올해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의 약 50%를 엔비디아 제품으로 채우겠다는 방침을 두고 있었다.

이러한 계획이 한순간에 무효화되며 당분간 큰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규제는 중국과 인공지능 기술 경쟁에서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엔비디아와 AMD 반도체 수출 제한은 중국을 다방면으로 압박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결단”이라며 “앞으로 기술 분야의 경쟁이 무역 전쟁과 유사한 양상을 띠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