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자동차 및 부품에 25%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 한화로 30조 원이 넘는 추가 투자를 통해 자동차 생산시설 확대를 노리고 있는데 중저가 중국 차량이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시되면 대규모 투자의 효과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27일(현지시각) 투자전문지 인베스팅닷컴은 증권사 모간스탠리 분석을 인용해 “결국에는 중국 업체가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를 제조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모든 외국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그 이전부터 미국 정부는 중국산 수입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고 있었고, 이에 중국 기업은 사실상 미국으로 전기차를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25% 일괄 관세 부과로 미국 시장의 자동차 가격이 높아지면 중국 업체가 현지 생산 설비를 구축해서라도 미국 시장에 진출할 유인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자동차 시장 분석가 다수는 이번 관세로 미국 내 차량 가격이 최소 4천 달러 이상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자동차 기업이 미국 안에 생산설비을 구축하는 데 있어 열린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7월18일 밀워키에서 진행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중국은 미국에서 판매할 차량을 멕시코 공장에서 만든다”며 “관세를 부과하면 그 공장을 미국에 건설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자국 내 일자리 창출과 무역적자 축소가 가능하다면 중국 업체가 미국에 자동차 공장을 짓는 것도 괜찮다는 것이다.
BYD와 같은 중국 전기차 기업들도 중장기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미국내 중국 자동차 공장'은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실제 닛케이아시아는 27일(현지시각)는 “BYD는 전기 승용차를 미국 시장에 출시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두 번째)이 26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메타플랜트(HMGMA) 준공식에 참석해 아이오닉5 차량에 기념 서명을 하고 있다. 장재훈 부회장(맨 왼쪽) 모습도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세 정책이 소비자 물가 부담을 키운다는 점도 주목된다. 트럼프 정부는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국 중저가 브랜드 차량의 미국 내 판매에 대해 문호를 열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소비자는 자동차는 물론 육류와 채소 및 휴대폰까지 가격 인상을 겪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대규모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HMGMA) 생산능력 확대를 포함해 2028년까지 4년 동안 모두 210억 달러(약 35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2023년보다 3.4% 증가한 170만8293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지난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판매 대수도 2023년보다 24.6%가 늘어났다. 신규 투자로 판매에 탄력을 붙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국 전기차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가격 경쟁력 등을 앞세워 미국 소비자층을 공략하면 현대차그룹의 투자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
요컨대 중국 전기차 기업이 미국 내 생산설비 건설을 본격화하면 현대차는 이들과 직접 경쟁해야 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과감한 투자로 트럼프 정부에서 수혜를 노리려 했지만 막상 관세는 예정대로 부과되고 중국 업체가 치고 들어와 경쟁은 경쟁대로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는 셈이다. 트럼프 정부의 ‘이중 플레이’에 놀아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관세로 미국 외 브랜드 가운데에서는 현대차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엿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