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트럼프 2기 맞은 중국, 예전의 중국이 아니다

▲ 트럼프의 미국은 중국을 무릎 꿇릴 수 있는가? 한 가지 확실한 점은 트럼프의 미국이 중국을 쉽게 제압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사실이다. 사진은 항구를 가득 메우고 있는 중국의 수출용 전기차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뒤 공언하던 관세 무기를 꺼내들더니, 결국 중국으로 초점을 맞췄다.

국경을 맞대 우방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게 25% 관세, 중국에게는 10% 추가관세를 부과를 발표했다가, 캐나다와 멕시코에게는 관세 부과를 유예했으나 중국에게는 4일부터 그대로 발효시켰다. 중국 역시 미국에 10~15%의 보복관세를 10일부터 부과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이번 미-중의 관세 전쟁이 타협되거나, 어느 한쪽이 무릎을 꿇거나, 어떤 결과가 나와도 양국의 대결은 더욱 격화될 것이 분명하다.

미-중 대결의 본격화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지정학적으로는 중국 봉쇄를 겨냥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식 채택하고, 경제적으로 대중국 디커플링을 취하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이런 전략은 조 바이든 행정부 때에도 그대로 계승돼 더 정교화됐다. 대외정책에서 중국 대처를 궁극적 목적으로 놓는 트럼프 진영이 귀환함으로써 미-중 대결은 새로운 차원을 맞게 됐다.

트럼프의 귀환으로 새롭게 재편될 미-중 대결에서 먼저 전제해야 할 것은 지금의 중국은 트럼프 1기 때의 중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선 중국 경제는 트럼프 1기 때처럼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 등지에서 무역협정을 강화하며 교역을 늘려서, 이제 120개국 이상에게 최대 교역국이 됐다. 트럼프가 위협하는 10% 추가관세는 그가 원하는 레버지리를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일단 중국 경제의 상황을 보자.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가장 지적되는 것이 부동산 버블이다. 맞는 말이다.

2020년 이후 중국 경제는 부동산 버블에 따른 과잉공급 뒤 부동산개발 분야에서 1~2위 업체인 비구이위안, 완다 등이 파산했고 지금도 그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2018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같이 경제공황 사태가 터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고, 지금도 부동산 침체는 중국경제의 발목을 잡는 최대 요인이 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부동산 위기 전에 부동산 분야는 중국 경제에서 그 몫이 거의 3분의 1로 평가됐다.

하지만, 사실 부동산이 중국 경제에서 30% 안팎이라는 평가는 애초부터 과장된 수치라는 지적도 있다.

어쨌든 현재 부동산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2% 정도이다. 중국 1위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은 부동산 100대 기업 중 점유율리 5.2%에 불과하다. 그동안 문제가 불거진 헝다, 완다, 비구이위안 등을 다 합쳐도 점유율이 7%가 안 된다.

중국은 그동안 경제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을 꾸준히 줄이며 바람을 뺀 것이다. 지금도 고통스런 과정이기는 하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았고, 일어날 가능성도 점점 적어지고 있다.
 
중국 가구에서 재산의 대부분이 들어간 부동산이 침체되면서, 가구 소비가 줄어들고 중국 경제가 타격을 받았다는 평가도 있다. 코로나19 팬더믹 전에 중국 가구 소비는 중국 경제활동에서 59%나 기여했는데, 지난 2024년 4분기에는 29%까지 떨어졌다는 통계도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이 부진한 국내 소비를 벌충하려 수출에 매진했고, 전 세계적인 과잉공급으로 유럽연합 등과 마찰을 빚고 있다고 평가도 나온다. 이에 트럼프의 미국이 관세 전쟁을 시작하면, 중국이 심각히 타격을 받을 부분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중국이 부동산과 (국가)투자, 그리고 수출로 성장하는 나라라는 건 서방의 과장이자, 희망사항일 뿐이다.

중국은 이미 소비와 서비스업이 주도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소비의 국내총생산 기여도는 77%나 된다. 중국 경제를 40년간 이끌었던 제조업 기여도는 30%로 줄어든 반면 서비스업이 66%를 차지한다. 무엇보다도 국내총생산 대비 수출 비중은 2006년 정점인 36%에서 지난해 21%까지 떨어졌다.

중국이 트럼프 이후 미국의 대중 디커플링으로 첨단기술 분야에서 타격을 받은 것 같지도 않다. 최근 인공지능 딥시크의 등장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가 오히려 중국에게 경쟁력있는 독립적 첨단기술 개발을 이끌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미국이 중국에 가한 수출통제에서 핵심인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은 크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의 집적회로 수출액은 2024년에 전년 대비 17.4% 성장한 1594억9900만 달러에 달했다. 2024년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은 1419억 달러이다.

물론 중국의 반도체는 아직 저사양이기는 하나, 이 분야에서 비중을 계속 커갈 것으로 보인다. 2024년에서 2027년 사이 중국의 성숙 공정 용량 비중은 전 세계적으로 34%에서 47%로 증가하여 대만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은 2024년 43%, 2027년에는 36%로 예측된다.

무엇보다도 트럼프가 귀환한 미국과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전부터 연일 그린란드, 파나마운하 영유권을 주장하다가, 동맹국들을 상대로 관세 때리기를 시작했다.

팔레스타인 가자를 미국이 접수하겠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미국의 모든 해외원조를 중단했고, 해외원조기관인 미국국제개발청(USAID) 폐쇄를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 탈퇴를 발표하고, 파리기후협정에도 다시 재탈퇴했다.

트럼프가 2020년에 세계보건기구에 미국의 자금 제공을 중단했을 때 중국은 추가적인 지원을 다짐했다. 이번에 트럼프가 세계보건기구 탈퇴를 발표하자, 중국이 이제 미국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종식 이후 시진핑 중국 주석은 전 세계 각국을 순방하며 각국과 협력 체제를 강화하는 한편 세계은행, 파리기후협정 등 주요 국제기구와 협정에 대한 지원을 해왔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마가 운동의 본질은 일단 그의 재등장 이후 미국 국익의 적나라한 추구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이 패권국가로서 지불해야 할 비용은 내지않고, 동맹을 상대로 최대한의 직접적, 즉자적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전 세계에 개입하던 미국의 퇴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트럼프가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 소유를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즉, 미국은 다시 아메리카 대륙으로 퇴각해, 자신만의 성채에 안주하겠다는 의미일 수 있다. 

이런 트럼프의 미국이 중국을 무릎꿇릴 수 있을까? 애초부터 트럼프의 의도는 그게 아니라 그런 미국에 해를 끼치지 않고 당장 도움이 되는 중국을 원하는 것은 아닐까? 트럼프의 미국은 중국이 표방하고 원하는 다극화 질서를 오히려 재촉하는 것이 아닐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트럼프의 미국이 중국을 쉽게 제안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사실이다. 정의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