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BM 시장에서 어떤 메모리반도체 기업이 승기를 잡을 지 판단하기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모간스탠리 분석이 나왔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HBM 메모리반도체 이미지.
엔비디아 인공지능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집중됐던 HBM 수요가 맞춤형 반도체인 ASIC로 다변화되며 경쟁 구도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이 이런 분석의 근거로 꼽혔다.
27일 대만 경제일보에 따르면 모간스탠리는 보고서를 내고 “2027년까지 ASIC 시장에서 HBM 수요 증가율이 GPU 시장을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로드컴을 비롯한 기업이 주력으로 키우는 ASIC 인공지능 반도체는 빅테크 기업과 같은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설계하고 제조하는 제품이다.
엔비디아나 AMD의 GPU 기반 인공지능 반도체가 범용으로 개발돼 다양한 기업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 폭넓게 사용되는 것과 차이가 있다.
구글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은 최근 엔비디아 GPU에 의존을 낮추려 ASIC 반도체를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에 활용하는 사례를 늘리고 있다.
자연히 HBM 수요처도 엔비디아 이외 ASIC 반도체로 다양화되며 메모리반도체 시장 경쟁 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모간스탠리는 2024년부터 2027년까지 ASIC용 HBM 수요는 연평균 88%, GPU용 수요는 77%의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2027년 전체 시장 규모는 GPU용 HBM이 560억 달러(약 82조7400억 원), ASIC용 HBM이 280억 달러(약 41조3840억 원)로 두 배 수준의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모간스탠리는 수요처 다변화가 전체 HBM 시장 확대를 이끌기는 한계가 있다고 바라봤다. GPU 분야 수요가 ASIC로 점차 이동하는 데 그친다는 의미다.
하지만 HBM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려는 메모리반도체 기업들 사이 점유율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시장 구도에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제시됐다.
모간스탠리는 “모든 제조사들이 HBM 시장 지배력 강화에 힘쓸 것”이라며 “이러한 투자 증가가 결국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HBM 시장에서 어떤 기업이 승리자로 자리잡을 지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바라봤다.
▲ 마이크론 12단 HBM3E 기술 안내 이미지.
그러나 내년 엔비디아에 5세대 제품인 HBM3E 규격 반도체 공급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면 이미 품질 인증을 받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점유율은 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장기 관점에서 보면 삼성전자도 다수의 HBM 고객사를 확보하며 공격적 투자 확대로 점유율을 늘릴 기회가 충분히 열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차세대 HBM4 기술이 상용화되고 엔비디아 이외 기업으로 수요처도 다양해진다면 이러한 경쟁 구도는 더욱 큰 변화를 겪게 될 수밖에 없다.
모간스탠리가 이를 고려해 HBM 시장에서 승자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당분간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범용 메모리반도체 공급 과잉에 따른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모간스탠리는 “HBM이 D램 공급 부족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은 낮아지고 있다”며 “당분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조심스러운 시각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