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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김영락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이 2025년 정기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100조 원 규모의 국내 ‘가전구독’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
김 사장은 국내에서 선제적으로 가전사업의 수익 모델을 구독 중심으로 전환해 왔는데, 내년부터는 삼성전자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 김영락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 사장. < LG전자 >
10일 가전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LG전자는 2024년 가전구독 매출이 1조8천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2025년에는 2조 원을 넘긴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LG전자의 국내 가전 전체 매출 가운데 구독 매출 비중은 2023년 15%에서 2024년 20%로 증가했다.
특히 프리미엄 가전을 구매하는 소비자 10명 가운데 3명 이상이 구독방식을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5년 동안 가전구독 사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30%에 이른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경기 악화로 소비자들 지갑이 닫히고 있음에도 LG전자는 구독 서비스를 통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있다”며 “소비자의 가전 구매 패러다임이 점차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LG전자 가전구독 사업모델 정착의 1등 공신으로 꼽힌다.
그는 2022년 말 한국영업본부장에 오른 뒤 그동안 소형 가전에 국한됐던 가전구독을 대형 가전으로 확대하는 결정을 내렸다. 국내 가전제품 수요가 줄어들고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LG베스트샵, LGE닷컴, 백화점, 전자랜드, 홈플러스 등 판매채널을 다각화하며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LG전자가 구독 서비스의 판매채널을 빠르게 넓힐 수 있었던 것은 김 사장이 유통업계에서 폭넓은 네트워크를 갖춘 덕분이다.
또 구독 기간을 3년~7년으로 다양화하며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다양화했다.
그 결과 LG전자는 빠르게 국내 가전구독 시장을 점령했으며, 그 공로로 이번 정기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재 LG전자의 가전구독 제품은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TV, 안마의자 등 모두 23종에 달한다.
가전구독 시장은 향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국내 가전구독 시장이 2020년 40조 원에서 2025년 100조 원까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가전제품을 ‘소유’가 아닌 ‘이용’하려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구독 시장이 급격히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 케어 전문가가 제품 내·외부와 작동 환경까지 관리해주는 가정용 프리미엄 환기 시스템 구독 서비스. < LG전자 >
제품 자체뿐 아니라 제품 관리와 소모품 교체와 같은 추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10%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일반적인 가전 판매의 평균 영업이익률 5%보다 배 가량 높은 것이다.
또 소비가가 구입 초기에 지급해야 하는 대금이 적어, 프리미엄 제품을 판매하는 데도 유리하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가전 구독 서비스는 전방 시장의 저성장·역성장을 극복하기 위한 가전 프리미엄화 트렌드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높아진 평균판매단가에 따른 구매 부담은 일시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구독 서비스를 통해 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도 12월1일 ‘AI 구독클럽’을 출시하며 가전구독 경쟁에 뛰어들었다.
TV,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등을 대상으로 구독 서비스 모델을 운영하고 이 가운데 90% 이상은 인공지능(AI) 제품으로 구성했다. 대형 가전구독 시장에서 LG전자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향후 엔지니어 방문 없이 원격으로 진단하고 수리하는 서비스도 도입한다.
이에 따라 2025년에는 가전구독 1위를 지키기 위한 김영락 LG전자 사장의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김 사장은 한국 시장에서 가전구독 사업모델 확대 및 온라인숍 기반 소비자직접판매(D2C)사업 성과를 인정받았다”며 “가전구독 등 신규 사업 확대를 통한 사업구조 변화로 과거 대비 LG전자의 이익 변동성은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