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리포트 12월] 차라리 무너지는 우리 산업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라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10시25분경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4일 0시 50분경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본청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참담하다. 나라 경제와 산업이 일대 위기를 맞고,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는 이 엄중한 시기에 뜬금없는 비상계엄령이라니. 도대체 제 정신이 아닌 듯 싶다. 

민주주의 상징인 국회에 무장한 군인을 투입하고, 여야 대표는 물론 국회의장 등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했다. 민주주의가 한 순간에 무너졌다. 

마치 과거 군사정부 시절에나 나올법한 비상계엄을 단지 야당이 국회에서 반대표로 횡포를 부린다는 이유로 서슴없이 선포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한 밤 국민을 상대로 테러를 벌인 것과 다름 없다. 국격이 한 순간에 무너져내렸다.

민주주의가 무너지면, 시장 경제도 무너진다. 시장 경제가 무너지면 산업도 설 수 없고, 고용도 없고, 세금도 없고, 정부도 없다. 

그야말로 최근 우리 산업은 붕괴 직전 위기 상황이다.

대표적 주력 산업인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배터리, TV 등 가전제품 등 대부분의 제조업이 중국과 경쟁에서 밀리며 좌초 코너에 몰리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메모리반도체 산업이 위기에 직면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이 대표적이다. 메모리반도체는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해온 산업이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 CXMT(창신메모리)가 2026년 미국 마이크론을 제치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D램 3위 업체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점유율은 현재 15%에서 2026년 20%를 훨씬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10년 뒤면 메모리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중국에 넘겨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메모리반도체를 제외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중앙처리장치(CPU) 등 세계 반도체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비메모리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은 극히 미미하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잃으면 한국 반도체 산업은 끝인 셈이다. 

밀려드는 저가 중국산 철강에 국내 철강 업체들이 잇달아 공장 문을 닫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7월 포항 1제강 공장에 이어 지난 11월 포항제철소 1선재 공장 폐쇄를 전격 결정했다. 현대제철도 최근 포항 2공장 폐쇄를 노조 측에 통보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중국에서 수입된 후판은 115만7800톤으로 지난해 전체 수입량인 112만2774톤을 이미 넘어섰다. 2022년 전체 수입량과 비교하면 80.5%나 늘었다.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발 공급과잉에 그야말로 초토화 직전이다. 대표 기업들의 공장 가동 중단, 자산 매각, 사업 철수 등이 잇따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여수 2공장 내 에틸렌글리콜(EG)과 산화에틸렌유도체(EOA) 생산라인 일부 가동 중단을 결정했고, 지난 10월엔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청산을 발표했다. 롯데는 석유화학 사업 악화로 그룹 전체가 위기를 맞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LG화학도 3월 여수 스티렌모노머(SM) 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에틸렌옥시드(EO)·에틸렌글리콜(EG) 생산공장 가동 중단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중국 일조금호금마화학유한공사와 설립한 합작공장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데스크리포트 12월] 차라리 무너지는 우리 산업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라

▲ 국내 최대 석유화학 산업단지인 여수 국가산업단지 전경 <여수시>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은 이미 중국에 밀려 LCD 사업에서 모두 철수했다. 앞서가던 OLED도 올해 2분기 누적 기준으로 중국이 거의 한국을 따라잡았다. 한국이 약 50%, 중국이 49%를 차지했다.  

반도체에 이어 효자 수출산업으로 부상했던 배터리 산업 세계 시장 점유율도 급락하고 있다. 올해 10월 누적 기준으로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20.2%로 1년 새 3.5%포인트 줄었다. 이에 비해 중국 배터리 점유율은 65%를 넘는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정반대였다. 

20년 이상 세계 1위를 차지했던 TV도 시장도 이제 한국이 1위가 아니다. 올해 3분기까지 판매량 기준으로 중국 3대 TV 제조사인 TCL, 하이센스, 샤오미의 세계 TV 시장 합산 점유율이 30.1%로 한국의 삼성전자(18.1%)와 LG전자(11.3%)의 합산 점유율 29.4%를 역대 처음 넘어섰다.

앞으로 TV뿐만 아니라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청소기 등 가전 제품 역시 중국이 세계 시장을 장악할 것이다. 

아직은 자동차, 조선 등의 산업이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지만 중국의 전기차, 조선 경쟁력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내년부터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를 비롯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한국 판매를 시작한다. 5년 뒤 국내 자동차 산업의 최대 경쟁 상대는 단연 중국이다. 

중국 조선 산업도 이미 생산량에서 세계 최고다. 시장조사업체 클라슨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선박 수주량 점유율은 중국이 약 85%, 한국 점유율은 10%에 불과하다.

지금은 대형 컨테이너선, LNG선, 친환경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한국이 앞서가고 있다곤 하지만, 중국 조선 기술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 제조업은 지금 풍전등화, 폭풍전야다. 제조업이 무너지면 한국 경제 성장도 멈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4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종전 2.5%에서 2.3%로 낮췄다. 이것도 '계엄쇼크'를 반영하지 않은 수치다. 2025년, 2026년에는 각각 2.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 한국 성장률을 종전 2.5%에서 2.2%로, 내년 전망치는 2.2%에서 2.0%로 하향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2.2%, 2025년 1.9%, 2026년 1.8% 등 매년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11년 이후 2~3% 대로 내려앉았고, 내년부터는 1%대로 접어든다는 게 한은의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다간 조만간 우리 경제성장률이 0%대에 접어들 것이며, 차세대 산업 육성이 없다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데스크리포트 12월] 차라리 무너지는 우리 산업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라

▲ 비상계엄 선포 이튿날인 4일 코스피 지수가 급락했다. 사진은 이날 장 마감 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 모습 <연합뉴스>

한국 산업 위기를 간파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를 떠나기 시작했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도 더 이상 국내 증시에 투자하지 않고 미국 등 해외로 떠난다. 우리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시그널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내년 1월 미국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다. 보편적 관세 10% 인상 등 벌써부터 미국은 보호무역, 자국우선주의를 더 강화할 태세다. 미중 갈등은 더 깊어질 것이고, 그 사이에 낀 한국 산업은 더 위축될 것이 자명하다.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 미래가 암울한 것이다.

제조업의 붕괴, 차세대 성장산업 부재로 과연 10년 뒤, 20년 뒤 우리 아이들의 일자리나 제대로 있을까 걱정스럽다.

이런 사상 초유의 경제 산업 위기가 몰아치고 있고, 내년부터 이런 위기의 골은 더 깊어질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매일같이 '비상경제회의'를 해도 모자를 판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종북세력 척결' 운운하며 위헌적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이 나라 총리라는 사람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오후 "한국경제 잠재성장률 2%로 선방 중"이라고 안일한 발언만 하고 있다.    

서둘러 정치 불안을 안정화시켜야 한다. 이미 주력산업 붕괴가 시작됐다. 지금도 너무 늦었다. 차기 대한민국을 이끌 산업이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육성하고, 인재는 또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 정부는 물론 산업계, 학계, 시민계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산업이 무너지고 있다. 차라리 무너지는 우리 산업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해라. 김승용 산업&IT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