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2023년 4월26일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계엄으로 한국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는 데다 트럼프 당선인이 한미 무역 협정을 재조정할 여지까지 보이는 가운데 중국이 오히려 반사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된다.
4일(현지시각) 악시오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꾸린 경제팀은 한국을 상대로 한 무역수지 적자가 악화하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거둔 무역 흑자액은 443억1천만 달러(약 62조7037억 원)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7% 증가했다.
이에 트럼프 경제팀이 차기 정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정부 당시 한국에 무역 적자를 이유로 FTA 재협상을 우선순위에 두고 이를 관철시켰다.
2기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지명된 제이미슨 그리어도 한미 FTA 재협상을 이끌었던 인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FTA를 조정하자는 일방적 요구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1기 국가경제위원회(NEC) 부보좌관을 지낸 클리트 윌렘스는 “트럼프 차기 정부는 무역 적자나 환율 조작과 관련해 한미관계를 면밀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상계엄 이후 정국이 한미 관계에 불확실성을 추가로 얹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대미 외교와 무역 정책이 가장 중요한 한국에서 내각 교체 더 나아가 대통령 탄핵에 따른 정권 교체 가능성까지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한 상황에서 계엄령 선포가 사전에 미 당국과 공유되지 않았다는 점도 잠재적 문제 요소로 꼽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워싱턴에서는 윤 대통령이 앙골라 순방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시점을 노려 계엄을 선포했다는 추측까지 제기된다.
▲ 12월4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 항구에 MSC와 CMA-CGM 등 선사의 컨테이너선이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악시오스는 “한국의 정치적 환경 불안정성은 트럼프 정부가 양국 사이 무역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압박을 키울 것”이라고 바라봤다.
한국이 미국에 파트너로서 신뢰를 잃어 더욱 강경한 정책에 직면해 교역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도 한국을 3위 교역 국가로 두고 있어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시장 조사업체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의 분석가 닉 마로 발언을 인용해 “이번 사태가 한중 관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탄핵으로 정권 교체가 벌어지면 한중 무역과 투자 및 관광 부문에 충격이 갈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이미 계엄 사태로 방한 계획을 연기하는 사례가 중국에서 나타나는 가운데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면 관광수익과 교역에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중 교역에 중장기적으로는 미미한 영향만 가져오리라는 관측도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한국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중국과 무역이나 투자 또는 관광에 지장을 줄 가능성은 낮다”는 투자은행 스탠다드차티드 소속 전문가 의견을 덧붙였다.
오히려 중국이 이번 사태로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뉴스위크는 윤석열 정부에서 중국과 거리를 두던 태도가 정권 교체로 변화해 한국에서 중국 입지가 강화될 가능성을 거론했다.
결국 계엄 사태가 대미 대중 교역에 변수는 물론 미국 차기 정부와 관계 압력으로 작용해 자연히 중국에 수출과 투자 등 의존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마이클 소볼릭 미국외교정책위원회(AFPC) 선임연구원은 뉴스위크를 통해 “한국 민주당이 대통령직을 되찾을 경우 베이징에 우호적 접근 방식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주시한다”라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