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 연말 산타랠리 올까, 경기위축·밸류업 역행에 고개 가로젓는 증권가

▲ 국내 증시가 12월 산타랠리를 구현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연말 산타랠리 기대감을 키우는 주요국 증시와 달리 국내 증시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증권가 전망이 나온다.

국내경기 회복이 쉽지 않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불확실성도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 역행하는 일부 기업의 결정 등이 더해지며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3일 증권업계 안팎을 종합하면 국내 증시는 12월 산타랠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한국 경기와 증시가 주요국과 비교해 소외된 외톨이 현상 해소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2025년 1분기가 분수령이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국내증시 연말 산타랠리 올까, 경기위축·밸류업 역행에 고개 가로젓는 증권가

▲ 사진은 2014년 12월11일 대신증권 본사 앞 산타 복장을 갖춘 황소상의 모습. <연합뉴스> 


12월 연말 랠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증시 부진의 이유로는 △높은 제조업 비중 및 수출 의존도 △내수 부진 △인공지능(AI) 수혜 제외 △중국 경기 위험 △ 국내 자금 이탈현상 △국내 성장 및 산업정책 부재가 꼽혔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11월28일 구조적 저성장을 인정하고 기준금리를 인하한 점도 되레 국내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분석이다. 

국내 상장기업들의 이익수준과 비교한 증시 가치 수준이 저평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지만 반등을 위한 ‘촉매’ 역시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산타랠리는 크리스마스를 앞뒤로 소비가 증가하고 노동자들이 상여금을 지급받으며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것을 말한다.

또한 12월 배당을 받기 위해 주식을 사고 선물을 파는 차익거래와 함께 연초 증시가 활기를 띈다는 1월 효과 기대에 수급이 원활해지는 특성이 있다. 

실제 뉴욕증시는 블랙프라이데이 등 행사에 소매판매가 증가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며 연일 3대 지수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반면 국내 증시는 연말 밸류업 기대감과 배당을 염두에 둔 투자자금이 유입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에 증시 대기자금도 줄고 거래대금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11월29일 기준 52조3천억 원가량으로 올해 초 59조4900억 원과 비교해 7조 원 이상 감소했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 놓은 예수금인 투자자예탁금 감소는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 투자 의욕을 잃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코스피지수가 최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음에도 투자자예탁금이 되레 줄어든 셈이다. 

거래대금도 큰 폭으로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코스피 거래대금은 7조4653억 원으로 최근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올해 하루 평균 거래대금 10조9053억 원과 비교하면 3조 원 이상 줄어든 셈이다.

여기에 밸류업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기업들의 행태가 반복되며 국내 주식시장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치는 점도 산타랠리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밸류업지수를 내놓고 관련 자금으로 5천억 원을 집행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두산그룹 지배구조 변경 사태 이후에도 등 시장에서 밸류업 흐름에 역행한다는 평가를 받는 사례는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사이버보안업체인 ‘윈스’ 최대주주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목적으로 진행한 자사주 공개매수에서 현금을 챙겨가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밸류업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가 즉각적 수혜를 본 것인데 주주들은 이를 ‘작전명 밸류업’이라고 비꼬며 강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국내증시 연말 산타랠리 올까, 경기위축·밸류업 역행에 고개 가로젓는 증권가

▲ 현대차증권의 2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수페타시스는 11월8일 본업과 관계없는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5500억 원에 이르는 유상증자를 공시하면서 주주들의 반발을 샀고 현대차증권도 11월27일 시가총액에 맞먹는 2천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주가가 크게 내렸다. 

금융당국이 밸류업에 역행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힘쓰고 있지만 주주들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사례가 지속 나오고 있는 셈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국내 증시가 가치적 매력이 있어도 저가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조진기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 수축이 최소 2025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는 국내 증시 상방을 제한하는 부담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가격 대비 낮은 가치 수준으로 지수 하방이 제한적이란 의견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단기간 급반등이 나올 수 있는 건 다른 문제다”며 “올해와 2025년 국내 상장기업 이익 추정치가 하향되는 분위기 속 현재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도는 낮은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