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폭탄'에 캐나다 대응 분주, LG엔솔 북미 배터리사업 변수로

▲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2017년 10월11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만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의 배터리 합작공장 출하량이 캐나다 정부의 미국 관세정책 대응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캐나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관세 폭탄’의 명분으로 내걸었던 국경 불법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을 설득할 수 있을지 여부가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배터리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정부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5% 관세 부과 예고'가 나온 지 이틀 만에 바로 국경 안보 투자를 늘리겠는 입장을 정한 뒤 후속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 27일 오후 각 주 정부 수장과 긴급 회의을 열고 이와 같은 방침을 결정했다. 

트럼트 당선인이 캐나다 국경을 통해 불법 이민자와 마약이 미국으로 유입되지 않을 때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자 이를 방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국경 보안 강화에 얼마의 예산이 편성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 공공안전부 장관은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기 위해 추가 투자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정부가 트럼프 차기 정부를 설득할 수 있을지 여부는 스텔란티스가 캐나다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판매하는 전기차 가격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텔란티스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와 브램턴에 전기차 공장을 두고 있는데 이곳에서 미국으로 수출할 물량에 관세가 적용될지가 관건이다.
 
증권사 번스타인은 “스텔란티스는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큰 타격을 입을 업체 가운데 하나”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 움직임은 스텔란티스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합작사 넥스트스타에너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관세 폭탄'에 캐나다 대응 분주, LG엔솔 북미 배터리사업 변수로

▲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에 위치한 넥스트스타에너지 배터리 공장. 2024년 10월 배터리 모듈 양산을 시작했으며 2025년 상반기 셸 양산까지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넥스트스타에너지> 

넥스트스타에너지가 북미 전체에 팔릴 스텔란티스 전기차로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설립된 공장이기 때문이다. 

넥스트스타에너지는 북미 조립 요건을 갖추면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을 염두에 두고 무관세인 캐나다를 거점으로 점찍었다. 

넥스트스타에너지가 연간 전기차 약 45만 대에 탑재할 수 있는 용량인 49.5기가와트시(GWh)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췄다는 점도 거대한 미국 시장까지 시야에 두고 부지를 정했다는 해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캐나다에서 2023년 한 해 동안 팔린 전기차는 18만5천 대 가량이다.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넥스트스타에너지 합작공장에서 만든 배터리를 탑재한 스텔란티스 전기차가 미국 시장에도 판매돼야 하는데 관세 장벽이라는 큰 변수가 생긴 셈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언한 대로 캐나다를 상대로 폭탄 관세를 부과할지 여부는 지난 첫 임기 사례로 가늠해 볼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는 2019년에도 멕시코를 상대로 불법 이민자를 막지 않으면 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당시 멕시코가 단속을 강화해서 미국으로 불법 이민자 유입을 3개월 만에 56% 감소시키자 관세 부과도 없던 일이 됐다. 

이런 전례가 있는 만큼 캐나다 또한 트럼프 설득 움직임에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나설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강력한 관세 정책 기조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안심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국회가 대통령에 무역 관련 권한을 다수 보장한 만큼 트럼프 당선인도 관세를 일방적으로 책정할 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라고 바라봤다. 

결국 캐나다 정부가 미국발 관세 정책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배터리 사업에 거대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캐나다를 미국의 관세가 현실화할지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