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씨소프트는 28일 경기도 판교 R&D센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게임 개발 스튜디오를 포함해 4곳의 자회사 신규 설립을 확정했다. 박병무 회사 공동대표가 임시 주총의 주재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28일 회사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엔씨소프트와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엔씨소프트지회의 게임 개발 스튜디오 분사에 대한 의견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노사간 대립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엔씨소프트는 경기도 판교 R&D센터 사옥에서 오전 9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독립 스튜디오 3곳을 포함한 4개의 자회사 분사 설립안을 의결했다.
회사가 분사를 위해 임시 주총을 연 것은 올해 두 번째다. 의장을 맡은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이날 주총에서 “올해 두 번째로 임시 주주총회를 열게 돼서 죄송하다”며 말을 시작했다.
엔씨소프트는 다른 대형 게임사들이 외부 개발사와 협업, 유통 중심으로 개발 전략을 전환한 것과 달리 설립 초기부터 직접 게임 개발과 서비스 전략을 이어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게임 사업 전문성과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연달아 분사를 추진하고 있다.
박 공동대표는 분사 결정을 두고 “분사할 개발 조직들은 이미 충분히 본사에서 품어왔기 때문에 개발 역량이 갖춰졌다”며 “앞으로도 대규모 채용할 때는 새로운 독립 스튜디오를 만드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조는 분사에 따른 고용불안과 경영진 책임론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임시 주총에 오전 8시30분부터 본사 주총장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건물 입구부터 주총장 앞에서 팻말을 들고 “회사의 일방적 분사 추진을 결사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 28일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엔씨소프트 지회 조합원들이 28일 오전 분사와 관련한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는 경기도 판교 R&D센터 사옥 잎에서 깃발과 피켓을 들고 분사 반대를 요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송가람 엔씨소프트 노조 지회장은 “노조 측에서 가장 걱정하는 것은 우회적 해고”라며 “의도적이지 않더라도 분사한 뒤 회사 사정이 안 좋아지면 폐업을 결정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고용 안정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단기적 재무 성과에만 집착하는 임원들로 채워져 있다”며 “박 공동대표는 이 회사에 오래 있을 게 아니라 구조조정을 실행하고 성과보수를 받아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출범 이후 올해 9월 엔씨소프트 분사 계획 발표 이후 첫 집회를 열었다. 이후 회사가 추가 분사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위 강도를 높이고 있다.
앞서 회사는 올 상반기 권고사직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8월 임시 주총에선 품질보증(QA) 서비스 사업부문과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공급 사업부문 등 2개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후 10월 중 비상장법인 엔씨QA와 엔씨IDS를 설립하면서 분할을 마무리지었다.
회사의 주력인 리니지 시리즈 매출이 꺾이고 있는 가운데 신작마저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실적악화에 대한 위기감이 커진 영향이다. 회사는 지난 3분기에는 143억 원 영업손실을 내면서 12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이날 박 대표는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임원도 상당히 많이 회사를 많이 떠났고, 연말 조직개편 때도 일부 그렇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주총을 통해 설립이 확정된 신규 자회사는 쓰론앤리버티(TL), 프로젝트 'LLL', 택탄(TACTAN)의 사업부문을 담당하는 개발 조직과 인공지능(AI) 전문 조직이다. 4곳의 비상장 법인은 내년 2월 출범한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