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이 인도 1위 자동차 기업 마루티스즈키보다 한발 앞서 전기차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크레타. <현대자동차 인도법인 홈페이지 갈무리>
현대차그룹은 현지 전기차 판매 모델을 늘리고, 현지 100만 대 생산체제 빠르게 구축해 인도 전기차 1위를 차지한다는 계획이다.
17일 자동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 인도법인(HMIL)은 크레타 EV를 포함한 다양한 전기차를 인도에 출시하며 전기차 판매에 확대에 나섰다.
현재 인도 승용차 시장은 마루티스즈키가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인도자동차딜러협회(FADA)에 따르면 마루티스즈키는 올해 상반기 40.8%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13.8%로 2위, 기아는 5.7%로 5위에 올라 합산 점유율은 19.5%였다.
지난해 인도 승용차 전체 판매량은 410만 대였는데, 마루티스즈키가 현지서 인기가 높은 가성비 소형 차종 중심으로 170만7668대를 판매했다.
최근 현대차 인도법인(HMIL)은 2025 회계연도 2분기(2024년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회사는 매출 1726억380만 루피(약 2조8634억 원), 순이익 137억5470만 루피(약 2281억 원)를 거뒀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 7.5% 감소했다.
▲ 2022년 인도 뭄바이의 마루티스즈키 자동차 매장. <연합뉴스>
회사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기존 인도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낸 현지 전략 모델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의 전기차 버전 '크레타 EV'를 출시하기로 했다.
김언수 HMIL 법인장 부사장은 인도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회사는 다음 분기에 대중 시장을 대상으로 크레타 EV를 출시하기로 했다”며 “이 차는 전기차 시장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마루티스즈키 최대 약점은 전기차 제품이 없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대차 입장에서 마루티스즈키에 앞서 전기차 판매를 강화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전략”이라며 “현대차는 인도 시장에서 2등 업체로 입지도 있고, 전기차를 필두로 마루티스즈키를 바짝 추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전기차 시장은 아직 절대적 판매량은 적지만, 인도 정부의 강력한 전기차 전환 정책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의 ‘인도 전기차(EV) 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5천 대 수준에 불과했던 인도 전기차 판매량은 2021년 1만5천 대, 2022년 4만8천 대, 지난해 9만 대로 매년 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인도 전기차 시장이 2032년까지 연평균 22.4% 성장해 1177억8천만 달러(약 163조4197억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자, 마루티스즈키도 전기차 생산 계획을 세웠다.
일본 닛케이 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마루티스즈키는 2025년부터 인도에서 전기차를 생산한다. 인도 서부 구자르트주에 3820억 루피(약 6조3335억 원)를 투입해 전기차용 생산라인을 구축키로 했다.
반면 현대차는 이미 인도에서 코나 EV, 아이오닉5, 기아는 EV6을 출시했다. 현대차는 4분기 크레타 EV를 투입한다.
▲ 2018년 2월7일(현지시각) 인도 뉴델리 인근 그레이터노이다에서 개막한 '오토엑스포 2018'에 전시된 타타자동차의 전기차 티고르 EV. <연합뉴스>
현재 인도 전기 승용차 시장 점유율 1위는 인도 현지 브랜드인 ‘타타자동차’다.
시장조사업체 JMK 리서치앤애널리스틱과 포스코경영연구원의 ‘인도 전기차 시장 특징과 주요 업체별 전기차 추진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인도 전기 승용차 시장에서 타타자동차는 시장 점유율 79.5%를 차지했다.
지난해 점유율이 79.5%이긴 하지만 현재 인도 내 전기차 판매 규모는 9만 대 수준으로 초기 시장 단계다. 2022년 86.0%를 기록했던 타타자동차의 전기차 점유율은 지난해 79.5%로 감소했고, 올해는 69.0%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FA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대차와 기아의 인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1.6%로 5위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자동차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현지 연간 100만 대 생산체제 구축 전략을 추진 중이다. 그룹은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에 위치한 푸네 공장을 인수했다. 회사는 푸네 공장에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적용해 연 20만 대 이상의 전기차 생산능력을 목표로 설비 개선을 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푸네 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회사는 첸나이 공장(연 82만4천 대)과 푸네 공장을 주축으로 인도에서 연 100만 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이와 함께 회사는 인도 판매 네트워크 거점을 활용해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소를 485개까지 확대하는 한편 기아는 인도 배터리 전문 기업인 엑사이드 에너지와 협력해 전용 전기차 모델에 현지 생산 배터리 탑재를 추진하고 있다.
김필수 교수는 “인도는 ‘메이크인인디아’를 강조하는 나라로 현지에서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현지 공장이 매우 중요하다”며 “현대차는 인도에서 무엇보다 ‘메이크 인 인디아’를 강조해왔기 때문에 인도 점유율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