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인텔 합병·기술협력 관측 잇달아, TSMC 맞선 파운드리 위기극복 ‘묘수’ 성사될까
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4-10-29 14: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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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와 인텔이 반도체 사업 위기를 극복하고, 파운드리 사업에서 대만 TSMC를 따라잡기 위해 양사 합병을 비롯해 기술 협력 등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인텔이 최근 반도체 사업에서 위기를 맞은 가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묘수’로 양사 합병, 기술 라이선스 체결 등 다양한 관측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패키징 투자를 늘리고 있는 인텔과 연구개발, 기술협력, 생산시설 공유 등으로 대만 TSMC와 격차를 좁혀나갈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29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와 인텔이 다양한 방식의 협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파운드리를 포함한 다양한 협력을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회동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삼성전자가 인텔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는 파운드리에서 삼성전자와 인텔의 협력이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여전히 저력을 가지고 있고, TSMC의 파운드리 독주가 이어지면서 고객사들은 단일 벤더에 따른 공급 리스크 감소, 비용 감축 등을 위해 다른 파운드리 기업을 적극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지난 2분기 TSMC 점유율은 62.3%, 삼성전자 점유율은 11.5%로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는 50%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졌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세계 2위 파운드리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3나노 파운드리 공정에서 수율(완성품 비율) 문제를 겪고 있지만, 차세대 파운드리 공정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방식을 TSMC보다 먼저 도입하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일본 PFN으로부터 2나노 GAA 공정을 활용한 AI 반도체 수주에 성공하기도 했다.
인텔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세계 최고 반도체 기업 자리를 오랜 시간 유지해온 반도체 원조 기업이다. 최근에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공정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인텔은 28일(현지시각) 중국 청두에 있는 패키징 및 테스트 시설에 3억 달러(약 4100억 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9월에는 3D 반도체 적층 기술 ‘포베로스(Foveros)’ 패키징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올해 초 미국 뉴멕시코주에 포베로스 등 3D 첨단 패키징 기술을 활용하는 반도체 생산시설 ‘팹 9’을 준공했다. 말레이시아에도 70억 달러(약 9조 5천억 원)를 투자해 최첨단 반도체 패키징 생산라인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 삼성전자와 인텔의 파운드리 제조기술과 패키징 기술 역량이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인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제조기술 역량과 인텔의 패키징 기술 역량은 상호보완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양사 모두 설계부터 패키징까지 반도체 생산의 모든 분야를 다루며 투자가 분산되는 상황에서 파운드리 기술협력은 ‘선택과 집중’을 도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파운드리와 패키징은 서로 이어진 단계로, 최근 하나로 통합되는 추세다. TSMC 역시 패키징 생산라인 건설에 16조 원을 투자할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빅테크 고객사들이 TSMC 외에 다른 파운드리 협력사를 고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인텔은 파운드리 차선 대안일 수밖에 없다. 3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은 TSMC와 삼성전자, 인텔만이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점유율 3위와 5위 기업인 대만 UMC와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로드맵에 따르면 두 기업은 3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을 개발하지 않고 있다. 4위는 중국의 SMIC도 미국의 대중 규제에 따라 주요 빅테크 기업의 파운드리 수주가 불가능하다.
조안 챠오 트렌드포스 파운드리 연구원은 “사실 삼성전자는 고객을 붙잡을 많은 기회가 존재한다”며 “TSMC의 지정학적 영향을 감안해 협력사 다각화를 추진하는 고객사들이 삼성전자와 인텔에게 파운드리를 맡기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대표적 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도 TSMC 외 파운드리 기업을 찾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최근 엔비디아가 TSMC가 아닌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게임칩 제작을 위한 파운드리 협력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생산시설 공유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미국, 이스라엘, 아일랜드에, 삼성전자는 한국, 중국, 미국에 반도체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와 인텔은 미국 정부로부터 각각 64억 달러, 85억 달러의 반도체 지원금까지 받기로 하며 추후 미국 생산시설을 더 늘릴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연구개발 협력을 진행한다면, 2025년 도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차세대 2나노 이하 파운드리 공정에서 TSMC를 추격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일각에선 제기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오랜 경험을 쌓은 인텔의 연구개발(R&D) 협력은 추후 TSMC와 경쟁할 수 있도록 기술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