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백브리핑] 결론 임박 고려아연 자사주 한도 논란, 형식이냐 실질이냐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이 2024년 10월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고려아연>

[비즈니스포스트] MBK영풍연합에 맞서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측이 약 3조7000억 원을 투입해 자기주식(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목표물량은 17.5%(약 3조2200억 원)이고 백기사로 나선 베인캐피탈이 2.5%를 매수하는 데 약 46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논쟁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사주 취득한도 논쟁이다.

MBK영풍연합은 고려아연측이 취득할 수 있는 자사주 한도는 586억 원밖에 안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자사주 고가매수는 배임에 해당된다며 고려아연측의 자사주 매수를 중지시켜 달라는 가처분을 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법원은 이르면 21일 이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자사주 취득한도에 대한 논쟁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한미사이언스 이야기부터 해보자.

이 회사가 오는 11월 임시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린 것 중 눈에 띄는 게 있다.

자본잉여금에서 1000억 원을 빼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겠다는 것이다. 목적은 배당가능한도를 늘려 배당을 예년보다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상법은 기업의 배당한도(배당가능이익)을 계산하는 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회사의 별도재무제표상 순자산(자본총계)에서 자본금과 자본준비금, 이익준비금, 미실현이익 등을 차감하고 약간의 추가조정을 거치면 된다.
 
한미사이언스의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은 얼마나 될까.

필자가 계산해보니 대략 2000억 원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연간으로 100억 원대 중반 수준의 배당을 해왔다. 배당가능이익이 2000억 원이나 되는데 왜 구태여 자본잉여금 1000억 원을 이익잉여금에다가 집어넣겠다는 걸까. 

그 이유는 2023년에서 2024년으로 넘어온 실질 배당가능이익(차기이월미처분이익잉여금)이 약 12억 원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임의적립금때문이다. 

한미사이언스의 이익잉여금 누적총액은 2023년말 기준으로 2200억 원 정도 된다.

하지만 그 안에는 임의적립금이 1870억 원이나 포함되어있다. 누적총액에서 법정적립금(이익준비금 172억 원)과 임의적립금(재무구조개선적립금, 연구인력개발준비금 등 1870억 원)까지 다 차감하고 나면 배당한도라고 할 수 있는 미처분이익잉여금이 150억 원 남짓밖에 안된다. 

이 회사는 2023년말 결산을 할 때 2024년 3월에 배당 등으로 138억 원을 처분할 것을 예정했다. 이 처분예정액을 반영하여 2024년으로 넘길 수 있는 잔존 배당가능이익(차기이월미처분이익잉여금)을 12억 원 정도로 계산한 것이다.
 
이 금액에다 2024년에 창출할 당기순이익을 더하면 미처분이익잉여금은 많이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여 배당가능이익을 대폭 증가시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안건은 3자 연합(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모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형제측(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 제안하였다. 임시주총 표심을 노린 안건인데다 한미사이언스의 자금여력부족으로 잡음이 일고 있으나 이 글에서는 이에 대한 논란은 다루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말해 상법상 명문화 된 규정에 따라 산출한 배당가능이익이 2000억 원이 넘어도 실제 배당가능한 숫자와의 차이가 매우 클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사이언스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자본잉여금을 헐기로 했다.

또다른 방법으로는 임의적립금의 적립목적을 변경하여 배당가능이익에 더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겠다. 이를 위해서는 주총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기업은 이익이 있어야 배당이 가능하다.

이 때의 이익은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은 상장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할 수 있는 한도에 해당하기도 한다.

고려아연은 상법 규정에 따른 고려배당가능이익은 약 6조 원이기 때문에 자사주취득한도 역시 6조 원이라는 주장을 편다.

상법 조항에는 임의적립금에 대한 언급이 없다. 따라서 법 문언을 그대로 적용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MBK영풍연합은 실질적 배당가능이익을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임의적립금을 차감한 숫자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의 2023년말 기준 이익잉여금누적총액은 7조3477억 원에 이른다.

이익잉여금의 구성을 보면 법정적립금은 496억 원 밖에 안된다.

그러나 이 회사는 임의적립금을 6조6000억 원이 넘게 회계적으로 적립해 놓았다. 해외투자를 목적으로 한 적립이 약 3조4000억원, 자원사업투자를 목적으로 한 적립이 약 3조2000억 원에 이른다.

이익잉여금누적총액에서 배당제한 역할을 하는 법정적립금과 임의적립금을 빼면 미처분이익잉여금은 6259억 원 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서 2024년 상반기에 집행된 배당액 등을 차감하면 현재 미처분이익잉여금 잔액 즉 배당한도는 586억 원으로 계산된다는 것이다.
 
어느쪽 말이 맞는지는 학자들의 견해에도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가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하기 전에는 상장기업도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을 사용했다.

K-GAAP에서는 형식을 따진다.

예컨대 우선주는 어떤 우선주가 됐건 무조건 자본으로 인정했다. 상환우선주도 주식발행이라는 형식을 거치는 것이므로 상환조건 따질 것 없이 자본이라고 봤다.
  
반면 IFRS에서는 실질을 따진다.

투자자가 발행사에 원리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조건으로 발행한 상환우선주는 실질적으로는 부채라는 것이다.
 
배당가능이익과 자사주취득한도 논란이 이와 비슷하다.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할 때 취득한도의 기준이 되는 배당가능이익은 형식상으로는 상법상 조문에 있다. 그런데 기업이 실질적으로 주주에게 배당해 줄 수 있는 이익의 한도는 임의적립금을 뺀 미처분이익잉여금이다.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은 임의적립금에 대해선 아무 말이 없다.

상법 조문을 그대로 적용한 형식적 배당한도를 중요하게 볼 것인가, 아니면 임의적립금을 차감한 실적적 배당한도를 중요하게 볼 것인가.

MBK영풍연합과 고려아연측 간 자사주 취득한도를 둘러싼 법정 다툼에서 재판부가 어느쪽 손을 들어줄지 지켜보자. 어떻게 결론이 나건 이 문제는 앞으로도 논란이 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김수헌 MTN 기업&경영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