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CXMT와 YMTC 등 메모리반도체 기업이 정부 지원에 힘입어 반도체 설비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제조사들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CXMT 메모리반도체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낸드플래시, 범용 D램 등 메모리반도체 생산 투자를 늘리며 공급 과잉으로 한국 반도체 제조사들을 위협할 가능성이 나온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이 정부 지원 이외에는 투자와 사업 자금을 확보할 길이 뚜렷하지 않아 당장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뒤흔들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14일 “중국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이 공격적으로 생산 투자를 늘리며 전 세계에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창신메모리(CXMT)와 YMTC 등 상위 기업들이 D램과 낸드플래시 설비 증설에 더욱 속도를 내며 반도체 공급 과잉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CXMT는 지난해 웨이퍼(반도체 원판) 기준 월 12만 장 수준이었던 D램 생산 능력을 올해는 20만 장까지 늘릴 것으로 예상됐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주로 쓰이는 HBM 양산 체계를 구축하는 데도 속도가 붙고 있다. 현재 중국 베이징과 허페이 지역에 공장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디지타임스는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CXMT의 HBM 초기 물량이 중국 정부에 공급될 것이라고 전했다.
HBM 특성상 기술 장벽이 높아 초반에 충분한 성능이나 수율을 확보하기 어려운데 정부 차원에서 직접 수요를 창출하며 CXMT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수율과 성능을 점차 개선해 나간다면 글로벌 HBM 상위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에 잠재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다.
디지타임스는 CXMT뿐 아니라 중국 반도체기업 우한신신도 자체 HBM 개발 및 생산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YMTC는 스마트폰과 PC, 서버용 낸드플래시 저장장치를 제조하는 기업으로 이미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점유율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중국 제조사들의 메모리반도체 투자 확대는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이어져 반도체 업황 악화에 따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디지타임스는 이러한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이른 시일에 세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을 전했다.
미국과 동맹국의 반도체장비 수출 규제 및 기술적 약점, 수요 부진 등으로 투자에 더 속도를 내거나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디지타임스는 CXMT와 YMTC 등 기업이 반도체 생산 능력과 수율 등 정보를 공개하기 어려워 기업공개(IPO)를 통해 사업 자금을 마련하는 일도 가능성이 낮다고 바라봤다.
결국 중국 정부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중국 반도체 시장이 전 세계에서 고립되면서 핵심 인력 유출이 이어지는 점도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해칠 수 있는 요소로 꼽혔다.
디지타임스는 “중국 메모리반도체 업계가 자급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앞으로 몇 년 동안 전체 산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