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이 공급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 유형을 다양화해 수주력을 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파우치형 배터리에 집중해온 SK온이 원통형·각형 배터리를 포트폴리오로 갖추면서 전기차 시장의 세분화된 수요에 발맞추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SK온 캐즘 장기화에 허리띠 졸라매, 이석희 배터리 폼팩터 다변화로 위기 돌파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은 원통형·각형 배터리 개발을 통한 전기차 배터리 유형 다양화로 수주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 SK온 >


2일 SK온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SK온의 4680 원통형 배터리 개발이 원활히 진행돼 예상보다 1년 앞당겨진 2026년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4680 배터리는 지름 46mm, 높이 80mm의 규격으로 만들어지는 원통형 배터리다. 기존 제품에 비해 셀을 적게 쓰는 데다 커진 만큼 내부 공간이 많아 열폭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어할 수 있어,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이전 가장 안전한 배터리로 평가된다.

4680 배터리 시장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에 따르면 4680 배터리 수요는 2030년 650GWh(기가와트시)로 커지며, 3대 배터리 폼팩터 가운데 점유율 21.1%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차세대 배터리 생산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4680 배터리 시장의 경우 어느 업체가 생산기술을 확보해 수율(정품 비율)을 빨리 끌어올리냐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 재임시절 D램 미세공정 기술 개발과 수율 안정화에 주력해 큰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은 이 사장의 역할이 중요해진 이유다. 

이 사장은 4680 배터리 개발을 위해 직접 SK온 4680 태스크포스(TF)를 이끌고 있는데, 기술적 난제가 만만찮은 4680 배터리 수율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680 배터리를 최초 상용화한 기업은 테슬라다. 테슬라는 사이버트럭과 모델Y에 직접 생산한 4680 배터리를 탑재하는데, 생산량이 부족해 현재 완성차 대기자 수가 200만명을 넘어서는 등 배터리 공급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BMW는 내년부터 생산할 차세대 전기차에 지름 4680 배터리를 장착하기로 하고, 중국 CATL과 EVE에너지 등을 공급사로 선정했다. 제너럴모터스(GM)와 스텔란티스, 볼보 등도 자사 전기차에 4680 배터리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원통형 외에도 각형 배터리 생산도 준비하고 있다.
 
각형 배터리는 사각 알루미늄 캔 안에 전극·전해질 등을 넣은 폼팩터다. 파우치형 대비 에너지밀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지만, 단단한 외관으로 안전성이 높고 열관리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SK온 캐즘 장기화에 허리띠 졸라매, 이석희 배터리 폼팩터 다변화로 위기 돌파

▲ 삼성SDI가 주력해왔던 각형 배터리 시장에 SK온도 뛰어들었다. SK온은 각형 배터리 시제품 생산까지 완료했다. 사진은 SK온 각형 배터리 실물 모형. < SK온 >


최근 독일 폭스바겐은 2030년 생산하는 전기차의 80%에 각형 배터리를 채택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내 배터리 폼팩터 사용 비중 가운데 49%를 차지하는 등 각형 배터리는 유럽을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SK온은 주력인 파우치형이 최근 더욱 중요해진 안전성에 취약하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배터리 폼팩터는 각형이라는 점을 고려해 각형 배터리 생산을 서두르고 있다. 

SK온에 따르면 각형 배터리 기술 개발은 시제품 생산까지 완료됐다. 가격경쟁을 통해 공급처를 확보, 양산에 들어가면 되는 단계다.

경쟁사인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각각 각형·파우치형을 주력으로 생산해오며 원통형 배터리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SK온은 적자가 지속되면서 판매 및 관리비 절감 등으로 최근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SK온에 따르면 지난달 말 회사는 모든 임직원에 희망퇴직과 무급휴가에 대한 설명을 담은 ‘뉴챕터 지원 프로그램’을 공지했다. SK온이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것은 지난 2021년 출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말부터는 임원의 해외 출장시 이코노미석 탑승을 의무화했고 7월부터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다. 흑자전환 때까지 모든 임원의 연봉도 동결키로 했다.

배터리 후발주자임에도 공격적 투자를 통해 글로벌 톱5에 들며 덩치를 키웠지만, 매출 원가 대비 마진이 좋지 않은데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겹치면서 조직·예산 축소에 나선 것이다.

SK온은 2024년 2분기 연결기준 누적 결손금 3조1565억 원 규모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올해 흑자전환 목표에서 손익분기점 달성으로 실적 목표치를 낮췄다.

회사는 공장 가동률 하락, 헝가리 신규 공장 가동에 따른 초기 비용 발생 등으로 올해 2분기까지 11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김규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