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MBK의 홈플러스 분할 매각에 뿔난 노조, "노동자에 무리한 차입 후유증 전가"

▲ 홈플러스 노동조합원들이 22일 서울 광화문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열린 총궐기대회에서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밀실매각 저지하자. 분할매각 반대한다. 국가가 책임져라.”

홈플러스 노동조합원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22일 서울 광화문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분할 매각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이들은 이날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 모여 '홈플러스 밀실분할매각을 규탄하는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홈플러스 노조는 MBK파트너스가 큰 규모의 차입을 일으켜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자산을 하나둘씩 매각하는 것과 관련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MBK파트너스가 무리한 차입에 따라 많은 이자를 내야 해 재무상태가 지속적으로 악화하자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홈플러스 분할매각을 이어가고 있다고 노조는 의심하고 있다.

실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홈플러스의 순손실은 계속해서 증가했다. 2016년부터 2023년까지 홈플러스 인수 차입금에 따른 이자비용을 모두 합치면 3조 원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벌어들인 영업이익의 6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날 사회를 맡은 최철환 마트노동조합 사무국장은 "홈플러스는 아직까지 유통업계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MBK파트너스의 은행차입금과 배당금으로 손실을 이어가고 있다"며 "MBK 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미래에 대한 고려 없이 오로지 투자금 회수에만 혈안이 되어 2020년 알짜배기 점포들을 하나씩 매각했으며 이번에는 익스프레스 사업부(기업형 슈퍼마켓)까지 매각하려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국장은 “MBK파트너스는 이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우리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 MBK의 홈플러스 분할 매각에 뿔난 노조, "노동자에 무리한 차입 후유증 전가"

▲ 안수용 마트노동조합 홈플러스 지부위원장이 홈플러스 총궐기대회 무대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안수용 마트노동조합 홈플러스 지부위원장은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아이들의 교육비와 가정의 생계비에 보탬이 되거나 홈플러스에서 10년이 넘는 기간을 일해오며 어느덧 정년을 바라보고 있다”며 “매일 수천 개의 짐을 옮기고 수천 마리의 닭을 튀기며 홈플러스를 위해 일해왔으나 MBK는 인수 9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홈플러스를 산산조각내려 한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MBK가 인수 9년 동안 한 것은 차입금을 갚고 배당금을 가져가기 위해 부동산을 매각하고 전국 지점을 폐점한 것, 인력을 감축시켜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한 것뿐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재연 진보당 의원도 참석해 연대의 말을 전했다.

김 의원은 “국민들이 키워준 홈플러스가 산산조각나고 망가지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으며 오늘 집회 이후 전 국민이 더욱더 홈플러스 사태에 주목해야할 것”이라며 “결단코 분할매각은 이뤄져서 안되며 노동자들이 먼저 나섰으니 국민들도 함께 지지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조합원들도 다수 찾아볼 수 있었다.

홈플러스 대형마트에서 근무하는 유 모씨는 “10년 넘게 근무했던 직장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MBK파트너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안정적인 환경에서 걱정 없이 일할 수 있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문영자씨는 “최근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분할매각을 발표한 뒤로 직장 동료들 모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매각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매각 이후에도 이전처럼 근무할 수 있을지 아무런 소식이 들려오지 않아 정확한 답변을 듣고 싶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현장] MBK의 홈플러스 분할 매각에 뿔난 노조, "노동자에 무리한 차입 후유증 전가"

▲ 궂은 날씨에도 수많은 조합원들이 궐기대회에 참여하며 MBK의 홈플러스 분할매각을 규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합원들은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해서도 분통을 터뜨렸다.

홈플러스 대형마트에 근무하는 정미연씨는 “MBK 파트너스는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지속적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을 단행해오며 노동 강도는 계속해서 심화됐다”며 “이는 절대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지금이라도 MBK파트너스는 분할매각과 같은 투자금 회수가 아닌 노동자들과 홈플러스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마트 근무자 이정자씨는 “최근 '홈플런' 등의 행사를 여러 차례 진행하며 근무시간 내내 앉지도 못하고 제품 진열 및 정리 등 강도 높은 업무를 이어왔다”며 “열악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근무해왔지만 들려오는 소식은 매각과 인력감축밖에 없다”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는 “우리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는 다 함께 뜻을 모아 단체 행동을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기에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 공시자료에 따르면 홈플러스 직원수는 2015년 약 2만5천 명에서 2023년 약 2만 명으로 8년 만에 약 5천 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외주 및 협력 지원 등 간접고용 직원도 같은 기간 약 5천 명 감소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인수자금 7조2천억 원 가운데 5조 원을 차입하는 차입매수(LBO)를 통해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MBK파트너스는 2018년부터 현재까지 홈플러스 21개 점포를 매각 및 계약종료를 통해 폐점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부산 서면점과 서울 목동점 등이 폐점했고 18일 서대전점도 문을 닫았다. 안양점도 8월 폐점이 예정된 상태다. 내년에는 안산 선부점, 2026년 상반기에는 동청주점도 문을 닫는다. 이 외에 광주계림점, 내당점, 동대문점 등 11곳의 추가 폐점도 확정된 상태다

MBK파트너스는 점포 매각으로 약 4조 원의 채무를 변제했으며 현재 약 4천억 원을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사업부를 분할해 매각하기로 하며 투자금 회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6월 모건스탠리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으나 아직까지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