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앤컴퍼니그룹이 한온시스템 인수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온시스템의 실적과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데다, 이번 인수에 사실상 130% 이상의 프리미엄을 얹어줘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조현범 공들이는 한온시스템 인수, 한국타이어 이사회가 승인 미루는 까닭

▲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한온시스템 인수 작업이 3개월 새 급격한 상황 변화를 맞고 있다. <연합뉴스>


9일 타이어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자회사 한국타이어 이사회 내부에서 한온시스템 인수를 두고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앤컴퍼니그룹 관계자는 “이사회 내에서도 (최종 인수를 놓고) 조심스럽게 접근 중”라며 “상장돼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주주를 외면할 수 없다보니 신중한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은 2014년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와 함께 한온시스템 인수에 참여했다. 당시 한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 지분 50.5%를 확보하고, 한국타이어는 전략적 투자자(SI)로 1조800억 원을 투자해 19.5%의 지분을 인수해 2대 주주에 올랐다. 

한국타이어는 지분 인수 10년 만에 한온시스템 인수합병(M&A)을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5월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한온시스템 지분 인수에 1조3679억 원, 유상증자에 3651억 원 등 약 1조733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계약이 마무리되면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 지분 50.53%를 보유한 최대 주주에 오른다.

2014년 지분 인수와 올해 5월 지분 추가 인수, 유상증자 참여 금액을 모두 합하면 약 2조8천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한온시스템 기업가치가 급락하면서, 한국타이어 이사회가 최종 계약에 고심하고 있다.  

한온시스템 주가는 인수 발표 직전 6800원까지 급등했으나, 9일 종가 기준 3800원까지 떨어졌다.

한온시스템 지분 25%를 주당 1만250원에 사기로 한 한국타이어는 한앤컴퍼니에 130% 이상의 프리미엄을 얹어줘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타이어 경영진은 한온시스템 인수가격 등 세부 내용을 다시 논의할 것을 한앤컴퍼니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온시스템 실적도 좋지 않다. 2023년 3~4분기 2분기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봤고, 올해 2분기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1%나 감소했다. 

한온시스템 측은 “글로벌 전기차 판매 둔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신용등급도 떨어졌다. 국내 신용평가 3사인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초 한온시스템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모두 하향 조정했다.

한국타이어의 한온시스템 실사 과정에서 우발채무도 발견됐다.

조현범 회장이 10년 동안 공들여 온 한온시스템 인수가 '독이 든 성배'가 될 공산이 커진 셈이다.

한온시스템은 전기차 열 관리 시스템의 전체 설계부터 부품 공급까지 아우르는 세계 2위 기업이다. 자동차 공조·열관리 시장에서 세계 2위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9조5593억 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기차 시대에 공조 부품은 냉·난방과 환기를 넘어 전기차의 배터리 성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이러한 부품은 실내외 온도에 따라 전기차 주행 거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 성능을 최적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조 회장은 자동차 공조·열관리 시장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한온시스템을 인수해 한국타이어와 시너지를 창출하는 청사진을 그렸다. 타이어, 배터리에 이어 열 관리 시스템까지 전기차 관련 핵심 부품 사업군을 보유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하지만 한온시스템의 정상화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인 만큼,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한온시스템 인수 방향을 수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한국타이어가 최종적으로 한온시스템 인수를 포기한다면, 수백억 원 대의 이행보증금을 두고 한앤컴퍼니와 법적 공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