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CATL이 K배터리 3사를 위협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CATL은 최근 세계 각지에 생산 거점을 늘리며 해외 시장 공략을 활발히 하고 있는데 늘어난 이익으로 투자 여력을 확대하면 K배터리의 설 공간이 좁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29일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중국 CATL은 올해 2분기 역대 3번째로 많은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CATL은 2분기에 123억6천만 위안(약 2조3608억 원)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2023년 같은 기간과 대비해 13.4% 증가한 수치다.
CATL이 거둔 성과는 중국 전기차 시장의 꾸준히 성장 가도와 수출 증대, 에너지저장장치(ESS) 호황이라는 '3박자'가 어우러진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CATL의 올해 상반기 ESS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 증가한 288억 위안(약 5조4822억 원)으로 집계됐다. 중국 시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도 46.4%로 커지며 2위 BYD와 3위 중항에너지(CALB)를 크게 따돌렸다.
로이터는 “CATL은 미중경쟁 등 지정학적 긴장도가 올라 해외 사업에 불확실성이 형성되고 자국 전기차 수요가 일부 둔화되는 가운데에도 이익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K배터리 3사 실적은 줄줄이 적자 또는 감소로 가닥잡히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5일 공시를 통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57.6% 감소한 1953억 원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근거해 혜택을 봤던 첨단세액공제(AMPC) 4478억 원을 제하면 사실상 적자를 기록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30일과 1일에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SDI와 SK온 또한 각각 영업이익 감소 및 적자를 전망하는 증권가 견해가 다수다.
▲ 중국 베이징 쇼우강 전시 센터에서 4월11일 열린 제12회 에너지 저장장치 국제 박람회(ESIE)에 참석한 사람들이 CATL의 부스를 향해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블룸버그는 CATL 실적을 다룬 26일자 기사를 통해 “CATL이 2분기 거둔 순이익은 최대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과 대비된다”라고 평가했다.
이는 중장기 세계 배터리 시장 지배력에도 차이를 키울 수 있는 요소다.
K배터리 3사가 최근 전기차 캐즘(대중화 이전 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와 자금난으로 설비투자 숨고르기에 들어간 반면 CATL은 자금력을 앞세워 해외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할 여력을 갖춰가고 있어서다.
CATL 2분기 콘퍼런스콜에 따르면 회사는 현재 신설하고 있는 배터리 생산 용량 153기가와트시(GWh) 가운데 절반 이상을 해외에 짓고 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은 GM이나 포드와 합작투자 형태로 신설하고 있던 미국 공장들 가운데 일부를 지연하는 중이다.
CATL은 세계 배터리 설치 용량 기준 1위를 이어오고 있지만 이는 압도적인 중국 내수에 기반해서 달성한 순위라는 시각이 많았다.
반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에 선제적으로 설비 투자를 단행하고 주요 완성차 기업들로부터 수주 물량도 확보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러나 CATL이 자금력 및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중국 바깥에 생산 거점을 늘릴수록 K배터리 영토는 줄어들 것이 불가피하다.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국을 제외한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도 CATL이 사용량 기준 1위를 차지했다.
지앙 리 CATL 부회장은 2분기 콘퍼런스콜을 통해 “유럽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럽은 한국 배터리 3사의 2023년 지역별 매출 기준 가장 큰 부분을 점하는 곳인데 CATL이 공세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 중국 CATL 제조 공장에서 배터리셀 와인딩 공정이 이뤄지고 있다. 와인딩 공정은 롤 휴지 형태로 극판을 구부려 쌓아올리는 방식이다. < CATL >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전략적 판단 아래 미국에 생산 거점을 적극적으로 늘려왔지만 CATL이 중국산 제품에 붙는 높은 관세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하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
결국 CATL이 꾸준한 순이익을 바탕으로 설비투자와 배터리 기술 개발에 성과를 내 수주전에서 앞서 나가 독주체제를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블룸버그는 CATL의 2분기 콘퍼런스콜 자료를 인용해 “하반기에도 배터리 주문과 생산 일정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라며 “CATL 또한 가동률을 끌어올리고자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