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올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증설 줄어, 중국 일본에 추격 허용할 수도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HBM에 생산 투자를 늘리며 중국과 일본 경쟁사에 낸드플래시 점유율 추격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YMTC 낸드플래시 생산공장.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성능 D램과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설비 투자 역량을 집중하며 낸드플래시 증설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중국 YMTC와 일본 키오시아가 이를 기회로 삼아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대폭 늘리며 한국 경쟁사들의 점유율을 추격할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26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반도체 시설 투자금이 내년까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주로 D램에 집중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D램 시장은 빅테크 기업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서버 투자 열풍에 힘입어 당분간 호황기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특히 고성능 D램인 HBM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HBM은 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주로 사용되는 고성능 메모리로 하반기 엔비디아 신제품 ‘블랙웰’ 시리즈 출시를 계기로 메모리 제조사들의 성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엔비디아에 신형 HBM3E 반도체 공급을 확정짓고 생산 물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도 곧 뒤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HBM을 비롯한 D램에 시설 투자를 대부분 할당하며 낸드플래시 증설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의 낸드플래시 합산 점유율은 지난해 70% 안팎을 차지했는데 올해는 60% 초반대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이어졌다.

YMTC와 키오시아가 경쟁사들의 투자 축소를 기회로 삼아 낸드플래시 출하량을 빠르게 늘리며 점유율을 추격할 채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YMTC는 올해 중국 우한에 설립한 새 낸드플래시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시설 투자 금액을 지난해의 2배 수준까지 늘릴 것으로 추정된다.

키오시아도 낸드플래시 증설에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금액을 투입할 것으로 전망됐다.

YMTC는 중국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 지배력 강화와 자급체제 구축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기업이다. 따라서 시설 투자를 확대할 여력이 충분하다.

키오시아는 하반기 중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계획을 두고 있어 낸드플래시 점유율 확대와 같이 기업가치를 유리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시설 투자 역량을 HBM과 D램에 대부분 할당하며 중국과 일본 경쟁사들의 추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디지타임스는 당분간 북미 IT업체들의 인공지능 서버 투자 확대가 기업용 SSD와 같은 낸드플래시 제품 수요 증가를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반도체 제조사들이 더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HBM과 고사양 D램에 집중하며 낸드플래시 시장의 성장 기회를 어느 정도 포기해야만 하는 셈이다.

다만 디지타임스는 2분기에 낸드플래시 업황이 다소 공급 과잉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이들의 투자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전했다.

낸드플래시 1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기술 발전과 장비 개선 투자로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굳건한 선두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HBM 공급 확대로 수익성을 높인다면 낸드플래시 업황이 뚜렷하게 개선되는 시점에 본격적 증설을 재개할 여력을 확보하게 될 수도 있다.

다만 YMTC와 키오시아가 고객사에 안정적 공급 능력을 인정받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입지를 키운다면 이는 업계 전반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