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손해보험사들이 지난해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좋은 실적을 내고 있지만 MG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은 여전히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두 손해보험사의 매각이 성사되지 못한 이유로 잠재적 인수자들이 높은 ‘가격’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바라본다.
 
손보사 실적은 너무 좋은데, MG손보 롯데손보 새 주인 찾기는 여전히 ‘험로’

▲ 25일 보험업계는 MG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이 높은 '몸값'에 대한 부담으로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바라본다.


더구나 회계제도 변경 이후 보험회사들의 실적이 부풀려졌다는 의혹도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어 두 손해보험사의 재매각 작업도 순탄치 못할 가능성이 있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MG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의 적정 몸값을 두고 매각 측과 인수 측 사이 크게 벌어진 눈높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다음 매각 작업도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MG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은 최근 인수합병시장에 매물로 나와 매각에 도전했으나 잇달아 실패했다.

MG손해보험은 악화한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매각 직전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MG손해보험은 인수 의향을 밝힌 곳이 한 곳도 없던 지난 2번의 시도와 달리 이번에는 예비입찰에 사모펀드 2곳이 참여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본입찰에는 사모펀드 2곳 모두 나서지 않으면서 기대감 컸던 3번째 매각마저 무산됐다.

MG손해보험의 올해 1분기 말 지급여력비율(K-ICS)은 경과조치 전 42.71%, 경과조치를 적용해도 52.1%다.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지급여력비율인 150%를 맞추면서 경영정상화를 달성하려면 경과조치 적용 전 지급여력비율 기준 약 1조150억 원 규모의 자본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MG손해보험의 매각가는 악화한 재무상태를 고려해 낮게 책정됐고 매각을 주도한 예금보험공사도 경영정상화에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는 뜻을 내보였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사모펀드는 향후 투입될 수 있는 조 단위 비용에 부담을 느낀 셈이다.

롯데손해보험 매각전의 실패 요인도 역시나 가격으로 여겨지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MG손해보험과 달리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내며 호실적 행진을 하고 있어 매물로 등장한 보험회사 가운데 가장 매력도가 높았다. 

이에 우리금융지주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며 롯데손해보험에 관심을 보였지만 본입찰에 불참하면서 매각전은 흥행에 실패했고 그나마 참여했던 외국계 사모펀드도 결국 발을 뺐다.

롯데손해보험의 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매각가로 경영권 2조 원대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인수를 고려했던 회사들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더라도 다소 높은 가격이라 판단한 것이다.

우리금융지주는 롯데손보의 매각전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3조 원대를 육박하던 매각 예상가를 두고 “시장에서 나오는 아주 높은 수준의 인수 가격에 해당하는 오버페이 계획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손보사 실적은 너무 좋은데, MG손보 롯데손보 새 주인 찾기는 여전히 ‘험로’

▲ MG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의 재매각전도 회계제도의 불확실성 때문에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MG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이 다시 매각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향후에도 원매자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두 회사들이 처한 개별 상황 말고도 현재 회계적 불확실성으로  손해보험회사들의 적정 가격을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IFRS17 도입 이후 회사가치를 산정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는데 보험사의 이익이 부풀려졌다는 논란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는 손해보험사들이 매각가를 낮춰 부르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도 꼽힌다.

새 국제회계제도 도입 이후 손해보험회사들의 실적 개선세가 생명보험회사와 비교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난해 보험회사 경영실적을 보면 31곳의 손해보험사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50.9% 증가한 8조2626억 원을 냈다. 22곳의 생명보험사의 순이익은 전년보다 37.6% 늘린 5조952억 원에 그쳤다.

올해 1분기 실적을 살펴봐도 손해보험업계 상위 회사들은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순이익을 거뒀으나 생명보헙업계 상위 회사들은 오히려 순이익이 뒷걸음질하는 모습을 보였다.

손해보험회사가 여전히 인수합병시장에 매력적 매물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도 MG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이 매각가를 낮추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보험업 라이선스는 금융당국의 엄격한 규제 아래 제한적으로만 발급되고 있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고 보험업 신규 라이선스를 딴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에 손해보험부문업이 약하거나 없는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를 포함해 지주사 전환을 노리는 교보생명 등이 비이자이익 확대와 보험사업 강화를 위해 손해보험사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 인수합병을 진행할 때 시장에서의 적정 가격에 대한 합의는 아직 이루어진 바 없어 적절한 기업가치 산정이 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