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만 지정학적 리스크' 재차 부각, 반도체 넘어 글로벌 경기침체 위협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부각하는 발언을 내놓으며 반도체를 넘어 여러 산업 분야로 악영향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촉발한 대만 지정학적 리스크의 여파가 반도체를 넘어 자동차와 스마트폰, 인공지능(AI)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떠오른다.

대부분의 주요 산업이 대만의 반도체 공급망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중국의 대만 침공과 같은 위협에 점점 더 위험한 상황에 놓이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1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만 언급이 반도체 관련주 하락을 이끌었다”며 “그러나 진정한 리스크는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가능성에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대만에 관련해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모두 빼앗아갔을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부당한 군사적 지원을 받고 있어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만이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노출되어 있어 안전하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요 반도체주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17일 엔비디아 주가는 하루만에 6.6%, AMD 주가는 10.2%, ARM은 9.6% 내렸다.

이들 반도체 기업은 모두 대만 TSMC에 반도체 공급을 절대적으로 의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말 미국 대선에서 당선되면 대만에 군사적 지원을 축소해 대만이 중국의 침공 위협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TSMC는 전 세계 첨단 공정 반도체 시장에서 9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한다. 인공지능과 스마트폰, 자동차와 가전, 군사무기 등 거의 모든 산업이 대만 반도체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다.

배런스는 자연히 대만 반도체 공급망이 무너진다면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발생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을 전했다. 대부분의 제조업에서 생산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수 년 전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을 맞이했을 때 심각한 물량 부족 사태를 겪었다. 제조공장 가동 및 물류 이동에 모두 큰 차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런스는 당시 발생했던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중국의 대만 침공으로 벌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에 비교하면 예고편 수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배런스는 “대만 반도체가 무너지는 것은 모든 산업에 비극적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미래 정책에 대한 예고인지, 과장된 정치적 표현인지 알 수 없지만 작은 가능성이라도 주목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TSMC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생산공장 설립을 지원하며 대만에 공급망 의존을 낮추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투자가 예정대로 이뤄지더라도 2030년까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 비중은 20%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TSMC의 공장 설립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과 관련해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해도 이익은 대만이 가져가는 것”이라며 부정적 의견을 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