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콘텐츠 제작기업 SLL중앙이 조급한 상황에 몰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티빙의 주요 주주로서 티빙-웨이브의 합병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SLL중앙에게 좀 더 유리한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SLL중앙 탓에 티빙-웨이브의 합병 협상이 위태롭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윤기윤 SLL중앙 IPO 무거워지는 부담, 티빙과 웨이브 합병서 실마리 찾나

▲ SLL중앙이 IPO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번 합병 협상이 분위기 반전을 위한 좋은 기회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기윤 SLL중앙 대표이사 사장. < SLL중앙 >


윤기윤 SLL중앙 대표이사 사장의 입장을 고려해보면 이런 말이 나오는 데는 이유도 있어 보인다.

윤 사장은 SLL중앙 기업공개(IPO)의 성공적 완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지만 비우호적인 실적 흐름에 노출돼 있다.

티빙-웨이브와 합병에서 SLL중앙에게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받아내는 것이 절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2일 콘텐츠업계에서는 윤 사장이 티빙-웨이브 합병 협상에서 어떤 조건을 받아내느냐에 따라 SLL중앙의 기업공개 추진 동력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티빙 지분율은 KT스튜디오지니가 13.54%, SLL중앙이 12.75%. 네이버가 10.66% 등을 들고 있다.

SLL중앙과 KT스튜디오지니, 네이버가 비슷한 수준의 주식을 들고 있지만 이번 협상이 나머지 두 회사보다 SLL중앙에게 더욱 중요해 보이는 이유는 따로 있다.

SLL중앙은 올해 2월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지만 최근 실적 흐름이 좋지 않다. 이번 협상을 최대한 유리하게 진행해 분위기 반전을 위한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SLL중앙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5691억 원, 영업손실 516억 원 기록했다. 2022년과 비교해 적자폭을 56억 원 줄였지만 매출도 1.8% 줄었다.

기업공개 과정에서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실적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실적 전망도 좋지 않다.

삼성증권은 12일 보고서를 통해 SLL중앙이 올해 2분기 적자로 돌아섰을 것으로 추정했다. 2022년부터 계속된 적자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내놨다.

성공적 기업공개 추진이라는 명확한 임무를 받고 대표에 오른 윤 사장으로서는 실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형편이다.

윤 사장은 3월 SLL중앙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그는 직전 1년 동안 카카오헬스케어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냈다. 동원산업에서도 5년 동안 CFO와 경영지원실장으로 일한 투자재무전문가다.

SLL중앙이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인물을 찾는 데 집중한 인사가 윤 사장 영입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 그가 기업공개를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티빙-웨이브와 협상에서 SLL중앙의 기업가치를 조금이라도 높여줄 방안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티빙과 웨이브의 주주가 여럿 있음에도 예외조항을 요구한 주주로 SLL중앙의 이름만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SLL중앙 상황이 쉽지 않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윤기윤 SLL중앙 IPO 무거워지는 부담, 티빙과 웨이브 합병서 실마리 찾나

▲ 티빙과 웨이브는 주주 구성이 복잡하다. 합병설이 처음 나왔을 때 복잡한 주주 구성 때문에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래픽비즈니스포스트>

SLL중앙이 방송사들보다 콘텐츠 공급대가를 더 높게 적용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소문이 생겼던 이유도 기업공개 추진과 SLL중앙 상황이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SLL중앙이 요구한 조건이 사실이라고 치더라도 콘텐츠를 제작하는 주주로서 협상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얘기라고 생각한다”며 “SLL중앙이 혼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CJENM과 SK스퀘어도 지금처럼 조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SLL중앙 뿐만 아니라 티빙 주주인 네이버와 KT스튜디오지니 등도 합병을 앞두고 불안하고 조금이라도 이익을 얻고 싶은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SLL중앙이 합병 과정에서 티빙 지분을 현금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놨지만 SLL중앙은 부인했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티빙과 웨이브의 주주들이 여러 계산을 하고 있겠지만 합병을 하게 되면 콘텐츠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사인 SLL중앙으로서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SLL중앙이 어떤 조건으로 계약을 맺을지 모르겠지만 조건에 따라 합병 이후 좋은 흐름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LL중앙은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SLL중앙 때문에 사실상 무산됐다는 얘기가 돌자 입장문을 내고 “SLL중앙은 티빙 주주로서 웨이브와 합병 협상에 우호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