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중국 자율주행 시장 진출 ‘자충수’ 되나, BYD 투자 늘리며 경쟁 불 붙어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중국산 모델Y 생산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2020년 1월7일 상하이 기가팩토리를 방문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가 중국 자율주행 시장에 진출하려는 시도가 전기차 경쟁사인 BYD의 기술력을 키우는 계기로 작용해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기차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둔화해 테슬라로서는 중국 시장에서 자율주행 사업과 같은 새 수익원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11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슬라가 중국 당국에 적극적으로 자율주행시스템(FSD) 승인을 받고자 하는 움직임이 테슬라의 사업 기회를 잠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테슬라의 중국 시장 진출을 경계하는 중국 경쟁사들이 자율주행 기술 투자를 강화해 오히려 수요를 잠식할 수 있어서다.

중국 시장에서 테슬라의 강력한 전기차 판매 경쟁사인 BYD부터 자율주행 기술에 투자를 늘리는 모습이 나타난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BYD는 자율주행 기술에 향후 수년 동안 1천억 위안(약 19조222억 원)을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최근 전기차를 출시한 샤오미 그리고 완성차 기업들에 자율주행 기술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화웨이 등도 운전자 보조 기술 개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자동차 전문매체 가스구(Gasgoo)의 왕 시엔빈 수석 총괄은 블룸버그를 통해 “테슬라가 FSD 기술을 중국에 서비스하기 시작하면 또 다른 ‘메기 효과’를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족관에 천적을 넣으면 물고기들이 오래 살아남 듯 BYD와 같은 중국 기업들이 테슬라의 시장 진입으로 인해 기술력을 키울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이미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생산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전기차를 만들고 중국 전역에 고속 충전 설비인 슈퍼차저를 설치해 전기차 시장의 파이를 키워 현지 기업들도 수혜를 입었다는 시각이다. 

중국 기업들도 상위 업체인 테슬라와 차별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전기차 기술력을 높인 측면이 있다. 

CNBC는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테슬라도 아직 제공하지 않는 다양한 기술을 탑재한 차량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내놓고 있다”라고 바라봤다.
 
테슬라 중국 자율주행 시장 진출 ‘자충수’ 되나, BYD 투자 늘리며 경쟁 불 붙어

▲ 3월20일 중국 BYD의 이탈리아 밀라노 매장에서 한 방문객이 전기차 씰(Seal) 옆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테슬라의 최대 경쟁사인 BYD 또한 좋은 시장 환경에 기반해 빠르게 생산량을 늘릴 수 있었고 2023년 4분기에는 순수전기차(BEV) 판매 기준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테슬라를 넘어서기까지 했다. 

이와 달리 테슬라는 중국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며 생산량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전기차 경쟁사를 키웠던 일이 자율주행 기술에도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중국 자율주행 시장 진출은 테슬라로서는 불가피한 일이다. 

세계 전기차 수요가 둔화해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일이 절실한데 중국에서 이미 판매한 수백 만 대의 차량들에 FSD 구독료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테슬라가 중국에 FSD를 출시하면 미국에서 받는 옵션 비용인 8천 달러 그리고 구독료 월 99달러 수준에서 가격을 책정할 것으로 바라봤다. 

자율주행 데이터를 쌓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중국 도로 환경이 미국 등 다른 지역보다 복잡하다는 점이 자율주행 데이터의 다양성을 높이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이 테슬라에 단기적으로만 이득이고 장기적으로는 BYD 등 경쟁사를 키우는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테슬라가 중국에서 확보한 주행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을지 아직 불확실하다는 점도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블룸버그는 테슬라가 중국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미국으로 전송하는 승인을 확보할지 아니면 현지에 데이터 센터를 차려야만 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FSD 구독료를 벌어들이는 데만 그치고 기술 고도화를 통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실익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테슬라가 부진한 1분기 전기차 판매 실적을 타개하는 차원에서 중국 FSD 진출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효과가 크지 않고 경쟁사인 BYD만 자극하는 자충수로 전락할 것이라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 지리자동차의 수석 부사장 빅터 양은 6일 중국 충칭시에서 열린 업계 간담회를 통해 “중국 자동차 산업이 상당히 성숙해졌기에 기술 변화에 따른 수요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며 “FSD 출시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업계에서 차분히 대응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