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최초로 파업을 맞을 수도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노사가 올해 임금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1969년 창사 이래 최초의 파업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성과급이 ‘제로(0)’였던 반도체(DS) 부문을 중심으로 노조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고, 삼성전자 외 다른 계열사 노조를 통합한 ‘삼성 초기업 노조’도 갈수록 세를 불리고 있어
이재용 회장이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할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2월29일 회사와 올해 입금협상을 재개했지만 교섭이 결렬돼, 오는 5일 중앙노동위원회의 1차 노동쟁의 조정에 들어간다.
사측은 최근 임금 공통인상률을 기존 2.5%에서 2.8%로 올려, 대표 교섭권을 가진 전국삼성전자노조에 제시했다. 개인별 성과인상률 평균 2.1%를 합하면, 평균 인상률은 4.9% 수준이다.
▲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3월5일 중앙노동위원회의 1차 노동쟁의에 들어간다. 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하지만 이는 삼성전자노조가 요구하는 임금인상률 8.1%와 여전히 괴리가 크다. 결국 노조는 임금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는 3월5일과 8일, 노사 양쪽의 주장을 청취하고 관련 사실을 조사한 뒤 조정안을 제시한다. 만약 노사가 모두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조정이 성립되고 한쪽이라도 거부하면 노조는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조정 회의에서 조합원과 직원을 위한 안건을 마련해 오지 않는다면 조합에서 준비한 단체행동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만약 노조가 실제 파업에 들어간다면 1969년 삼성전자 창사 55년 만의 첫 파업이 된다.
삼성노조가 파업을 진행했을 때 국가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업과 같은 단체행동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노조는 지난해에도 쟁의권을 확보했지만 파업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다만 임금의 대한 내부 직원 반발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만큼, 파업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 가운데 최대 규모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최근 몇 달 동안 조합원이 급증하며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전국삼성전자노조 조합원 수는 현재 1만8천 명을 넘어서고 있는데, 최근 한 달 사이에 8천 명 이상 증가한 것이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 12만 여명의 약 15% 수준이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2023년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으며 초과이익성과급(OPI)이 제로로 책정됐는데, 이에 따른 불만이 DS부문 직원들의 전국삼성전자노조 가입을 크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함께 ‘반도체 겨울’을 겪은 경쟁사 SK하이닉스는 기본급 50%, 자사주 15주, 격려금 200만 원의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삼성전자 DS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 체제로 전환한 뒤, 직원 임금보상책에 비판적 내부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최근 노조에 가입한 삼성전자 직원은 “임원들은 지난해에도 ‘장기성과 인센티브(LTI)’ 제도로 수억 원씩 성과급을 가져갔다”며 “이 회장이 본격적으로 회사를 이끌게 된 뒤, 과거 대비 보상이 줄어들었다고 느끼는 직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사업 부문 노조가 중심이 된 ‘삼성 초기업 노조’도 규모를 더 키우고 있다.
▲ 홍광흠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위원장이 2월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노조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2월19일 공식 출범을 선언한 삼성 초기업노조는 삼성전자 DX부문 노조,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 등 4개 노조가 참여했다. 조합원 수는 1만6천여 명으로 삼성 관계사들 노조 가운데 두 번째로 크다.
여기에 삼성전기 존중노조(2100명)까지 합류하면 초기업 노조 조합원은 1만8천 명까지 늘어난다.
초기업 노조는 현재 통상임금 재산정 집단소송 준비를 주도하고 있는데, 삼성전자 DX부문 노조 역시 이달 초 회사를 상대로 법원에 소장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노조 리스크’가 본격화하고 있다”며 “특히 각각 다른 노조가 세를 급격히 불리고 있어, 대응이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