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매각 협상 무산되나, 재무적투자자에 발목 잡힌 하림그룹  

▲ HMM을 인수하려던 하림그룹이 재무적투자자에 발목이 잡혀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HMM 매각협상이 다시 연장될 수 있을까?

매각 측과 하림그룹은 계약 세부조건을 놓고 협상을 진행했지만 ‘주주 간 계약 유효기간’을 두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서다.
 
하림그룹은 매각 측의 조건을 대부분 수용하며 인수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컨소시엄을 이룬 사모펀드가 본 계약 체결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6일 HMM 매각 협상시한이 지났지만 협상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사실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양 측은 재무적투자자인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의 지분 의무보유 기간을 규정하는 주주 간 계약 유효기간에서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 측은 HMM 지분 '의무보유 5년'을 요구했지만 하림그룹 측은 투자금 회수를 고려해 JKL파트너스의 '의무보유 예외'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협상과정에서 하림그룹은 본계약 체결을 위해 컨소시엄 해체 후 단독인수까지 제안했지만 매각 측은 이에 난색을 표했다. 입찰절차 상의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매각 측이 의무보유 기간을 관철하려는 것은 HMM 인수 이후 보유현금을 해운업 투자보다 현금배당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란 우려가 해운업계에서 많았기 때문이었다. 통상 사모펀드가 투자 이후 단기간에 자금을 회수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관행을 고려한 것이다.

하림그룹은 이를 의식한 듯 지난해 1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마자 입장문을 내놓았다.

하림그룹 입장문을 통해 “HMM의 현금자산은 해운불황에 대응하고 미래 경쟁력을 위해 쓰여야 한다”며 “불황이 예견된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현금배당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JKL파트너스로서도 의무보유 5년을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6천억 원을 투자하는 설립 후 최대 규모의 투자 건에서 불확실성을 안고 가야되서다.

JKL파트너스는 과거 팬오션 인수전에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할 당시 투자 2년만에 지분 일부를 매각해 차익을 실현한 바 있다.

JKL파트너스가 인수의 걸림돌이 되자 하림그룹의 고민에 빠지게 됐다.

컨소시엄이 깨진다면 하림그룹으로서는 JKL파트너스의 몫인 6천억 원을 추가로 조달해야한다. 하림지주의 2023년 3분기 말 연결기준 현금보유량(현금및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1조2936억 원의 절반에 이르는 금액으로 보유현금만으로 추가 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 

오랜 협력관계를 통해 쌓아온 신뢰를 깨는 일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하림그룹과 JKL파트너스는 2006년부터 다수의 인수 건에서 손발을 맞춰 온 사이다. 현재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준영 NS쇼핑 이사가 JKL파트너스에서 운용역으로 근무하고도 있다.
 
HMM 매각 협상 무산되나, 재무적투자자에 발목 잡힌 하림그룹  

▲ HMM의 컨테이너선.


다만 투자은행업계에서는 하림그룹의 인수의지가 강해 매각 자체가 틀어질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앞서 하림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HMM 자사주 매입 허용 △산은·해진공 사외이사 지명 불가 등을 요구했으나 대부분 매각 측의 반대로 철회했다.

특히 잔여 영구채 처리를 놓고서는 협상시한을 2주 연기하는 등 협상이 난항을 겪었으나 하림그룹이 요구를 대부분 철회하며 협상이 진전됐다.

한국해양진흥공사와 KDB산업은행 등 매각 측은 1조6800억 원 규모의 영구채를 보유하고 있다 하림그룹은 ‘3년 간 전환 유예’와 ‘전환 시 우선매수권’을 요구했지만 매각 측이 배임을 의식해 반발했다. 
 
영구채의 전환 유예에 따라 하림그룹이 받을 수 있는 배당금은 최대 연 9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를 내놓만큼 하림그룹이 HMM 인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읽힌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비지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인수합병 건은 계약상 비밀유지가 중요해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