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올해 투자 해빙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나온다.

연초부터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이 대형 투자계약을 체결한 데다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 행사에서도 조 단위의 투자 계약이 성사되면서 이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얼어붙었던 국내 바이오업계 올해 투자 훈풍 부나, 아직은 ‘될성부른 떡잎만’

▲  8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한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바이오·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들이 행사장인 웨스틴 세인트 프란시스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업계 전반으로 투자 훈풍이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미국에서 금리 인하가 유력해지며 제약바이오의 투자심리도 회복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리가 인하되면 투자심리가 개선되며 제약바이오 분야 투자금액이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따라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이 개선될 가능성이 커진다.

마이크 가이토 JP모건 글로벌헬스케어 투자총괄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4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개회식에서 “올해는 제약바이오 등 헬스케어 부문 인수합병이 지속되고 자금 조달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금리가 인하되고 시장이 안정되면서 전반적으로 인수합병이 활발해지는 한 해를 맞이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세계적 대형 제약사들은 콘퍼런스 개막일에 맞춰 인수합병 소식을 발표했다.

우선 존슨앤존슨이 글로벌 제약바이오시장의 트렌드로 떠오른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개발 기업인 미국 앰브렉스 바이오파마를 인수했다. 인수 규모는 약 20억 달러(2조6340억 원)로 알려졌다.

노바티스도 네덜란드 바이오기업 칼립소 바이오테크를 인수하고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아이소모픽과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서도 회복 기미가 조금씩 보인다.

오리온의 자회사 팬오션오퍼레이션는 15일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인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인 박세진 레고켐바이오 사장 보유주식 지분 일부인 140만 주를 787억 원에 인수하고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796만 주의 주식을 4700억 원에 인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레고켐바이오는 약 55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게 되는 것이다.

바이오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 심사를 받는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은 인공지능 신약 개발 전문 온코크로스를 비롯해 12곳에 이른다.

하지만 아직까지 투자 해빙기라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얼어붙었던 국내 바이오업계 올해 투자 훈풍 부나, 아직은 ‘될성부른 떡잎만’

▲ 27일 국내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와 관련한 투자가 감소하면서 바이오업체들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주요 파이프라인을 제외하고 임상시험을 중단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국내 바이오 분야는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1분기에서 3분기까지 누적 국내 바이오의료 분야 벤처기업 신규 투자 비중은 17%다. 2022년 16.3%대비 소폭 증가했으나 최근 5년 동안의 기록과 비교하면 부족한 수치다. 

바이오의료분야에서 가장 높은 신규 투자 비중을 기록한 연도는 2020년으로 전체 신규 투자 가운데 27.8% 투자가 이뤄졌다. 이어 2019년 25.8%, 2021년 21.8% 순이다. 

벤처캐피털(VC) 바이오의료분야의 신규 투자 금액도 감소했다. 2023년 1분기에서 3분기까지 누적 국내 바이오의료 분야 VC 신규 투자 금액은 6264억 원으로 연간 데이터는 아니지만 투자 금액이 꾸준히 감소하며 최근 5년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바이오의료분야에서 가장 높은 신규 투자 금액을 기록한 연도는 2021년으로 1조6770억 원이다. 이외에 2019년, 2020년, 2022년 모두 1조 원 이상의 투자가 이뤄졌다.

실제 지난해엔 신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은 많은 바이오업체들은 인력을 줄이거나 임상을 중단하는 등 생존 모드에 들어간 바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안정적인 매출처가 없는 만큼 추가적 자금조달 이슈가 없고 성공적 임상결과발표 및 기술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있거나 있었던 기업 중심으로만 관심을 받을 것”이라며 “아무리 자금조달에 호의적 환경이 만들어졌더라도 아직은 금리가 높다는 점에서 재무적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 벤처캐피털 임원은 "최근 투자의 상당수가 인공지능 분야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 시각은 2020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추운 겨울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