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대형 철도,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조기집행에 나섰다.

최근 지역 건설업계는 자금난에 일감도 줄어 줄도산 우려가 확산될 만큼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재정정책이 업계 숨통을 틔우는데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정부 총선 앞두고 SOC 예산 조기집행 의지, 지역 건설업계 온기 불어넣을까

▲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 겸 물가 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국토교통부는 상반기 사회간접자본 예산 12조4천억 원을 조기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24년 국토부 전체 사회간접자본 예산(20조8천억 원)의 65%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형 사회간접자본 사업들은 대표적 지역경기 부양책인 동시에 관심도가 높은 지역 현안들이다. 이 때문에 4월 총선을 의식한 것이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

실제 이번 상반기 조기 집행 예산 내용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부산 가덕도신공항 등 각 지역의 굵직한 프로젝트들이 포함돼 있다.

다만 정치적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정부 재정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안정적 일거리는 건설업계에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지역 건설사들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국내 토목·건설영역으로 한정돼 있다. 민간 건설수주 급감, 자금시장 경색 등 상황에서 공공공사가 가뭄의 단비가 될 수 있다.

한 예로 국토부 상반기 도로분야 조기 집행 예산에 포함된 서울~세종 고속도로의 안성~구리 구간 건설사업, 안동~영덕 등 국도 건설사업 등에 다양한 지역 건설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우선 서울~세종 고속도로 안성~용인 구간 1~7공구는 한신공영, SK에코플랜트, 동부건설, 두산건설 등 대형건설사 외에도 대전지역 대표 건설사 계룡건설부터 경남기업, 신성건설 등 충남·충북지역 건설사, 전북지역 한백종합건설 등 많은 지역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용인~구리 구간 32.3km를 건설하는 8~14공구에도 계룡건설, 대전 파인건설 등 다양한 지역 건설사들이 시공회사로 참여하고 있다.

서울~세종 고속도로는 총 129km, 6차선 도로로 사업비 6조7천억 원이 투입된다. 한국도로공사 건설처 등에 따르면 안성~구리 구간은 올해 안 준공이 예정돼 있다.
 
정부 총선 앞두고 SOC 예산 조기집행 의지, 지역 건설업계 온기 불어넣을까

▲ 부산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국토교통부>


예산 5천억 원을 올해 상반기 조기 집행하는 항공분야도 각 지역 대형 공항 건설사업을 핵심으로 한다.

부산 가덕도신공항, 제주 제2공항, 흑산공항 등이다.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부산 가덕도 남쪽 바다를 메워 활주로를 설치하는 육상과 해상에 걸쳐 건설하는 공항이다. 여객·화물터미널, 공항 접근도로·철도를 건설하고 물류·상업시설 등을 위한 장래 활용부지도 조성하는 프로젝트로 사업비가 13조7천억 원에 이른다.

국토부는 지난해 8월 2024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착수를 위한 예산 5363억 원을 배정했다. 부산시는 11일 가덕도신공항을 아시아 복합불류 허브공항으로 만들겠다는 비전과 추진계획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은 차세대 부산형 급행철도, 북항재개발 등 부산지역 건설인프라사업들과 연계돼 있는 만큼 지역 건설경기 활성화 측면에서 중요한 사업이기도 하다.

제주 제2공항과 전남 흑산공항 등도 오랫동안 진행에 부침을 겪어왔는데 이번 예산 집행으로 사업에 다시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건설업계는 올해도 경기침체에 따른 시장 위축에 공사비 상승, 자금시장 경색 등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사태 등으로 업계 전반에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 등이 다시 부각되면서 민간 건설시장은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건설시장 일감이 지난해부터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건설업계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기준 건설공사 계약액은 2022년 같은 기간보다 38.8% 줄었다. 특히 민간부문 계약액은 46.1% 급감했다.

공공부분의 경기부양책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2024년 사회간접자본영역 예산을 20조4418억 원으로 배정했다. 2023년보다 예산이 3.9% 늘었다. 항공·공항분야 예산이 145%, 철도분야가 6%, 도로분야 예산은 0.4% 증가했다. 

다만 정부의 예산 조기 집행 추진 등에도 여전히 공공부문 건설투자 규모 자체가 충분하지 않다는 시선도 나온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2024년 건설경기 전망’ 보고서에서 “2024년 안전부문 투입 예산을 제외하면 실질적 사회간접자본 예산이 감소하고 공공 수주 및 투자가 부진하다는 점에서 공공투자의 전반적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의 역할 가운데 하나가 경기침체 방어, 경기과열 조정인데 앞으로 건설시장 내 작동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바라봤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공공부문 건설투자는 2020년 3분기부터 2023년 2분기까지 12분기째 감소·정체하는 추세를 보였다. 공사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토목사업, 공공주택사업 등이 지연되면서 부진이 지속됐다는 평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1월 월간 건설시장 동향에 따르면 2023년 종합건설기업 폐업공고 건수는 총 581건으로 2022년보다 219건 증가했다. 연간 폐업건수로 2005년(629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지역 건설사들은 더욱 위기에 몰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울산 1위 토목건축기업 부강종합건설은 올해 1월 법정관리 신청서를 제출했다. 울산지역 2위 세경토건 역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경남지역 8위 중견 건설사 남명건설은 2023년 12월 법정관리 신청 뒤 최종부도 처리됐다. 광주에서도 중견 건설사 해광건설도 지난해 12월 만기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맞았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