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자체 통신모뎀으로 6G 시대 대비, 5G 진출 늦어진 '흑역사' 만회할까

▲ 애플이 자체 통신모뎀 반도체를 개발해 5G 규격은 물론 차세대 6G 규격에도 대응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애플 아이폰15 프로 시리즈에 탑재된 자체 프로세서 'A16' 이미지. <애플>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자체 통신모뎀 반도체로 차세대 통신 규격인 6G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과거 5G 시장 진출에 늦어졌던 실책을 만회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6G 통신과 관련한 기술 발전이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고 상용화 시점과 성능 개선폭도 예측하기 어려워 아직 시기상조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4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자체 통신모뎀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5G 통신규격뿐 아니라 6G 관련한 기술 연구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최근 들어 통신모뎀 반도체 공급사인 퀄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스마트폰에 핵심인 통신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폰 등 제품의 주요 기술을 외부 협력사에 의존하는 것은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크고 기술 경쟁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6G 통신기술 연구개발을 전담할 엔지니어 채용도 시작했다. 주로 자체 통신모뎀 개발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블룸버그는 “6G 통신규격과 관련한 표준은 일러도 2030년이 돼야 윤곽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며 “5G 통신과 비교해 얼마나 빨라질 지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애플이 이처럼 시장 전망이 불확실한 6G 통신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5G 시장 초기에 겪었던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5G 통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던 2019년 상반기에 삼성전자는 첫 5G 스마트폰을 선보이며 빠르게 시장을 선점했다.

반면 애플은 2020년 하반기 출시한 아이폰12 시리즈부터 처음으로 5G 통신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비교해 1년 이상 뒤처진 것이다.
 
애플 자체 통신모뎀으로 6G 시대 대비, 5G 진출 늦어진 '흑역사' 만회할까

▲ 퀄컴의 5G 통신모뎀 반도체 홍보용 이미지. <퀄컴>

애플은 5G 통신규격이 처음 상용화될 때 퀄컴과 통신모뎀 라이선스 비용 등을 두고 법적 분쟁을 벌이면서 협력 관계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따라서 퀄컴이 사실상 독점적으로 공급하던 5G 통신반도체를 사들일 수 없었고 결국 퀄컴과 분쟁을 종료한 뒤에야 처음으로 5G 아이폰을 출시할 수 있었다.

애플은 이후 인텔의 5G 통신모뎀 사업부를 인수하며 자체 통신반도체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여전히 자체 기술로 이를 상용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애플이 5G 통신모뎀과 동시에 6G 반도체 개발에도 나선 것은 앞으로 다가올 6G 시대에 이러한 패착을 재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애플은 최근 퀄컴과 통신반도체 공급 계약을 2026년까지로 연장하면서 단기간에 퀄컴에 의존을 낮추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

애플이 자체 통신반도체 개발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들이고 있지만 실제 상용화 시점은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통신모뎀 상용화 시기가 더 늦어진다면 이는 사실상 실패를 인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팀 쿡 애플 CEO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자체 통신반도체 개발이 애플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에 해당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제시했다.

포브스는 “애플은 주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최적의 성능과 사용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자체 통신모뎀 개발은 비용이나 기술 주도권 측면보다 자존심 측면에서 더욱 중요한 일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