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끝나도 ‘이커머스’ 쏠림 여전, 오프라인 유통회사 대대적 반격 준비

▲ 오프라인 유통회사들이 이커머스에 맞서 대대적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코로나만 끝나면 오프라인 유통업계에도 다시 활기가 돌 겁니다.”

대기업 유통사 관계자들이 코로나19 탓에 집합금지 조치가 한창 이어질 때 했던 말이다. 오프라인에서 장을 보는 매력을 소비자들이 쉽게 놓지 못할 것이라는 희망이 섞인 말이었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에도 오프라인 유통사들은 고전하고 있다. 오프라인의 매력을 부각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얘기가 꾸준히 나오지만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 편리함을 대체할 만한 무기가 될 수 있을지를 놓고는 여전히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봤을 때 이커머스기업이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대기업 유통사들에게서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왔다는 평가가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쿠팡은 올해 1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으로 이마트를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모두 앞질렀다.
 
코로나 끝나도 ‘이커머스’ 쏠림 여전, 오프라인 유통회사 대대적 반격 준비

▲ 쿠팡과 이마트의 실적을 비교하면 이커머스기업이 유통 시장의 주도권을 사실상 빼앗은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매장 모습. <연합뉴스>


쿠팡이 1~3분기에 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3조1765억 원, 4448억 원이다. 같은 기간 이마트가 벌어들인 매출과 영업이익보다 각각 4.8%, 1052.3% 많다.

쿠팡이 이마트를 제친 것은 오랜 기간 한국 유통채널의 절대강자로 여겨졌던 이마트가 그 자리를 쿠팡에게 넘겨줬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이마트는 지난 십 수 년 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유통채널이었다. 이마트 출점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2000년대 말에는 전통 상권을 무너뜨린다는 지적까지 받았을 정도다.

‘유통산업발전법’이라는 법이 제정 취지에 따라 ‘발전’에 중점을 두다가 점차 ‘규제’ 위주의 법으로 개정되기 시작한 것도 사실 이마트와 같은 대기업 주도의 할인점 때문이었다.

국회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2010년 전통산업보존구역에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신규 출점을 제한했으며 2012년에는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규제가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얘기가 유통산업 안팎에서 나온다. 오프라인 대기업이 시장 패권을 이커머스기업에게 사실상 내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른바 ‘2등 유통채널에 대한 규제’가 힘을 얻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쿠팡과 함께 이커머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네이버의 성장세도 여전히 좋다. 네이버는 1~3분기에 커머스부문에서 거래액 35조4천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1% 늘어난 규모다.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쟁력 강화와 편리함 때문이다.

코로나19 전만 하더라도 소비자들은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구매하는 데 망설였다. 특히 품질과 선도가 중요한 신선식품은 직접 보고 사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3년을 겪으면서 이런 인식은 소비자들에게서 거의 사라졌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처음 들고 나온 컬리부터 시작해 오아시스, 쿠팡 등이 이 시장에 계속 투자하면서 ‘경쟁의 선순환’ 효과가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커머스기업의 상품과 오프라인 매장의 상품을 비교해도 뚜렷한 품질 및 선도 차이를 구별하기 힘들어졌다고 소비자들은 얘기한다.

편리함에도 익숙해졌다. 품질에 차이가 없는 상품을 터치나 클릭 한 번으로 집 앞에서 편리하게 받아볼 수 있는 시대에 적응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에 굳이 가야 하냐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과거 오프라인에서 주로 장을 봤지만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주요 구매 채널을 온라인으로 옮겼다는 한 소비자는 “쓱데이처럼 대형마트에서 대규모 할인 행사를 대대적으로 한다는 소식을 접하지 않는 이상 할인점을 확실히 덜 가게 되는 것 같다”며 “구매한 상품을 집까지 직접 들고 와야 하는 번거로움도 이제는 더 부담하기 싫다”고 말했다.

대기업 유통사들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코로나19 시기가 지나고도 오프라인에서 구매를 줄이는 고객들을 어떻게 매장으로 오게 만들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주도권 경쟁을 바라만봐야 하는 처지까지 밀려날 수도 있어서다.
 
코로나 끝나도 ‘이커머스’ 쏠림 여전, 오프라인 유통회사 대대적 반격 준비

▲ 쿠팡의 공세에 대기업 유통사들은 대대적 쇄신으로 대응하려 한다. 사진은 쿠팡 배송 차량 모습. <연합뉴스>


유통 대기업들이 최근 대대적 쇄신 인사로 조직 긴장감을 높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세계그룹은 9월 계열사 대표 40%를 물갈이한데 이어 최근 그룹의 밑그림을 그리는 전략실을 8년 만에 개편하며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평소 쇄신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은 인사를 해왔지만 올해는 주요 계열사 4곳의 수장을 한 번에 교체했다.

변화를 향한 의지도 강하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는 9일 이마트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임직원들에게 “회사의 모든 물적, 인적 자원을 이마트 본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쓸 것이다”며 “한동안 중단했던 신규 점포 출점을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점포 수는 2020년 160개를 정점으로 꾸준히 줄어들기 시작해 현재 전국 154곳이다. 온라인 전환에 주력하면서 매각한 점포들도 많았는데 이런 기조에서 벗어나 다시 오프라인의 역할을 되찾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롯데마트 역시 2021년 12월 처음 선보인 미래형 플래그십 매장 ‘제타플렉스’를 중심으로 매장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힘을 쏟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사가 이커머스에 대응하려면 오프라인의 매력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는 수 년 전부터 꾸준히 나왔던 얘기다"라며 "편리함과 가격 경쟁력 등 여러 측면에서 오프라인 유통사가 대세를 뒤바꾸기에 쓸 무기는 많지 않아 보이는데 어떤 매력으로 이를 반전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