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현대자동차는 세계에서 수소자동차를 가장 많이 판매하는 기업이다. 그렇다면 현대차가 판매한 수소차는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얼만큼 팔렸을까?

2018년 출시된 현대차의 수소자동차, 넥쏘는 2022년까지 누적 3만2318대가 팔렸다. 그리고 그 가운데 91%인 2만9353대가 한국에서 팔렸다.

물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의 수소 사업을 글로벌로 확장하기 위해 계속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방금 본 수치에서도 나타나듯이 대부분 판매량은 국내에 집중돼있다.

수소차 시장이 쉽사리 확대되지 않는 이유는 ‘인프라’ 때문이다. 수소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은 곳에는 아무리 수소차를 팔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고 해도 사실상 수소차를 팔기가 어렵다.

이런 이유로 현대차가 그동안 수소차 판매에 공을 기울이던 지역은 그래도 어느 정도 수소 인프라가 갖춰져있는 북미, 유럽쪽이었다.

그러던 중 정의선 회장이 새로운 지역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바로 사우디아라비아다.

현대차는 현재까지 수소전기버스 2대, 수소전기트럭 1대 등을 사우디에 수출했다. 아직 본격적으로 판 게 아니라 대부분 실증 사업을 위한 것이고 이제 시장 개척을 시작하려고 시동을 걸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는 또한 최근 사우디의 공영 시외, 국제 버스회사인 SAPTCO와 수소모빌리티 공급 MOU를 맺었다. SAPTCO는 중장기적으로 자사가 보유한 차량들을 수소모빌리티로 전환하기로 했으니, 장기적 공급처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정의선 회장은 사우디에 주목하고 있는 것일까?

첫 번째 이유이자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수소 사업에 대한 사우디 정부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수소차 시장 확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인프라다. 어떤 시장에서 수소산업이 날개를 펼 수 있는지 없는지는 바로 인프라가 갖춰질 수 있는지 없는지에 달렸고 그 인프라가 갖춰질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정부의 의지다.

특히 사우디는 현대 국가 가운데 매우 특이하게도 전제군주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인 만큼 사우디 왕가의 수소경제를 향한 의지가 강하다면 흔들리지 않고 수소 산업을 육성할 공산이 크다. 

현재 사우디는 빈 살만 왕세자를 중심으로 수소경제에 힘을 싣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의 친형인 압둘라지즈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우리는 세계 최대의 수소 생산국이 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한국무역협회(KOTRA)는 사우디의 수소 관련 보고서에서 “사우디는 2050년까지 세계 7천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수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50억 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공장 건설에 나섰다”라며 “사우디는 수소 시장을 단순히 에너지 부문 다각화로만 고려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사실상 나라 전체가 석유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나라인만큼 만약 화학에너지가 세계적으로 사용이 어려워진다면 나라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그만큼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민감하고 석유를 대체할 친환경에너지인 수소 에너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네옴시티 이야기다. 어찌 보면 첫 번째 이유와 이어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앞에서 인프라를 이야기했지만, 인프라 구축이라는 건 당연히 이미 있는 인프라에 추가하는 것보다 완전히 새로 만드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그리고 아예 새로 도시를 만드는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바로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네옴시티다.

네옴시티는 존재 목적 자체가 ‘수소’다. 사우디는 현재 네옴시티 옥사곤에 그린수소와 암모니아 생산 공장을 짓고 30년간 운영하는 사업인 네옴 그린수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10월 보고서를 통해 “누군가 네옴시티가 비현실적이거나 혹은 공허하다고 느꼈다면 그것은 물리적인 형태의 문제보다 이 도시가 존재해야 하는 뚜렷한 이유, 핵심 콘텐츠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 더 근원적이 이유였을 것”이라며 “네옴시티의 첫 번째 핵심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네옴 그린수소 프로젝트가 84억달러 규모의 자금조달도 마치고 본격적인 공사 진행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정 회장에게 현대차 수소차 사업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바로 시장 확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연기관차도, 전기차도 세계를 대상으로 팔고 있지만 수소차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승용차뿐 아니라 수소차의 미래라는 상용차 역시 마찬가지다.

과연 사우디는 수소 에너지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현대차 수소 사업의 교두보가 되어줄 수 있는 시장이 될 수 있을까? 사우디의 네옴시티에서 현대차의 수소자동차들이 달리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