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스마트폰 사업에서 강점으로 내세우던 개인정보 보호에 취약점이 드러나면서 주력 마케팅 포인트 가운데 하나가 힘이 빠지게 됐다.

이에 노태문 삼성전자 MX(모바일 경험)사업부장 사장이 내년 초 내놓을 갤럭시S24에 적용할 온디바이스인공지능(AI) 전략이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온디바이스AI는 외부 서버를 통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구동해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다.
 
애플 ‘개인정보 중시’ 빛 바래, 삼성전자 노태문 온디바이스AI 전략 힘 받는다

노태문 삼성전자 MX(모바일 경험)사업부장 사장이 차세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온디바이스AI 기능을 부가해 개인정보 보호 측면을 강화하는 전략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15일 스마트폰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미국 법무부가 구글을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소송에서 개인정보를 구글에 유출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개인정보 보호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기존 이미지가 훼손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은 아이폰 웹브라우저인 사파리 모바일 버전에서 이뤄지는 검색정보를 구글에 전달하고 구글은 이 정보에 따라 맞춤형 광고 서비스에 활용하는 대가로 연간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수익 가운데 최대 36%를 애플에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놓고 IT전문매체 안드로이드 오소리티는 “데이터 추적의 위험성을 강조하던 애플의 기존 입장과 모순적”이라며 “구글검색을 통해 얼마나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지 알려지면서 애플의 개인보호 정책은 무너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고객의 개인정보 보호를 우선시한다는 애플의 이미지가 타격을 입으면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애플의 아이폰과 비교해 개인정보 보호에 미흡하다는 이미지를 떨쳐낼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특히 노태문 사장은 인공지능이 수집하는 개인정보 보호문제에 대응해 일찌감치 준비해 온 온디바이스AI 전략에 더욱 힘을 실을 수 있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노 사장은 2020년 12월 삼성전자 뉴스룸 기고문을 통해 “삼성전자는 갤럭시 제품군에 최첨단 온디바이스AI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연구 개발에 힘쓰고 있다”며 “고객의 데이터와 개인 정보가 항상 철저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노 사장은 내년 초 나올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갤럭시S24에 생성형 AI를 기기 내부에서 구동하도록 만드는 온디바이스AI를 적용, AI가 수집하는 고객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힘쓰고 있다.

생성형 AI가 수집하는 고객정보는 기존 AI가 수집하는 정보보다 폭이 넓은 만큼 기술 발달과 함께 개인정보 보호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가 준비하고 있는 ‘AI 통역통화’ 기능은 통화하면서 스마트폰 내부 생성형 AI가 자동으로 통역을 해준다. 통역이 온디바이스AI가 아닌 외부 클라우드 서버에 구축된 생성형 AI를 통해 이뤄지면 통화내역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
 
애플 ‘개인정보 중시’ 빛 바래, 삼성전자 노태문 온디바이스AI 전략 힘 받는다

▲ 온디바이스AI 기반 자동 통역 기능을 활용하는 모습. <삼성전자>

개인정보 유출 위험은 생성형 AI가 단순 정보수집을 넘어 이용자에 대한 추론정보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커진다. 

로이터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고도화된 분석을 수행하는 AI의 능력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며 “생성형 AI는 개인의 위치뿐 아니라 선호도와 습관과 같은 민감한 정보를 추론할 수 있어 무단 데이터 유포의 위험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AI의 추론능력이 고도화될수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만큼 온디바이스AI가 탑재된 스마트폰은 AI기술 발전과 함께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노 사장은 온디바이스AI가 갖고 있는 개인정보 보호라는 강점을 차별화 지점으로 내세우는 전략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도 온디바이스AI를 비롯한 인공지능 기술에 힘쓰고 있지만 뒤늦게 준비한 만큼 삼성전자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 분석가 마크 거먼은 애플의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이 수년간 인공지능 기술에 공을 들였다고 말했지만 사실 갑작스러운 인공지능 열기에 허를 찔려 지난해 말부터 허둥지둥 달려왔다는 것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기능을 고도화하고 온디바이스AI로 개인정보 보호를 도모하는 전략은 최근 유럽이 AI법을 통과시키고 미국 행정부가 AI를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통과시키는 등 국제적으로 개인정보 보호 관련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에 뚜렷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태문 사장은 7월26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언팩 행사에서 "다가오는 초연결시대에 걸맞도록 최고 수준의 보안으로 개인정보를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포브스는 “애플은 의문스럽게도 스마트폰 자체의 인공지능 기술 구현과 관련한 분야에서 눈에 띄지 않고 있다”며 “인공지능은 새로운 세대의 스마트폰에 핵심 기능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온디바이스AI는 생성형 AI가 수집하는 정보와 추론정보를 보호하는 데 한정된 만큼 검색기록 등을 비롯해 전반적 사용자 정보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는 갤럭시 스마트폰이 여전히 아이폰에 다소 밀린다는 견해도 있다.

IT전문매체 톰스가이드는 “애플은 폐쇄형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 만큼 아이폰은 본질적으로 안드로이드폰보다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안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