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비은행 강화 전략에 이상기류, 임종룡 저축은행 인수 검토 이유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하는 이유가 주목받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우리금융그룹의 비은행 계열사 강화 로드맵이 흔들리고 있다. 우리금융이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인수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으로 꼽아왔고 저축은행은 현재 업황이 좋지 않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취임부터 내세운 비은행 포트폴리오 청사진이 차질을 겪을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금리 흐름이 장기화되며 저축은행 업황 악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지금 상황을 봤을 때 8월에 예측했던 물가의 하락 경로보다는 속도가 늦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금통위원들의 중론이다”고 말했다.

물가가 예상보다 천천히 낮아질 수 있어 기준금리 인하시기가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한은이 2025년에야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을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가뜩이나 최근 수신금리 압박을 받던 저축은행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채권발행이 되지 않아 예금에 자금조달을 의지해야 하는 저축은행에 고금리 유지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저축은행 정기예금(1년) 금리 최상단은 4.60%이었다. 저축은행 예금금리 최상단이 4.60%에 이른 것은 8달 만이다.

저축은행 79곳은 이미 지난해 기준금리 급등에 합산 순이익 기준으로 올해 상반기 적자전환했다. 이때문에 기준금리가 0~1%에 머무르던 시절과 달리 계속해서 큰 짐을 짊어지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우리금융은 이같이 나빠진 업황에도 저축은행 인수합병을 검토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최근 상상인 그룹의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인수합병을 위한 실사 자문사 선임에 나섰다.

올해 저축은행이 금융지주사에 큰 기여를 하며 효자 계열사 노릇을 했던 것도 아니다.

저축은행업계를 강타한 고금리 파도는 높은 인지도를 활요할 수 있는 금융지주 산하 저축은행에도 똑같이 들이닥쳤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이 상반기 순손실 189억 원을 냈고 KB(145억)과 하나(19억) 등도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신한저축은행이 4대금융 산하 저축은행 가운데 유일히 순이익(100억)을 냈지만 이조차도 지난해 상반기 대비 143억 원이 줄어든 것이다.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 과제로 꼽아왔는데 저축은행으로 굳이 눈을 돌릴 이유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임 회장은 9월 계열사 우리자산운용과 우리글로벌자산운용 두 곳 합병 방침을 내놓고 증권사 인수를 준비했다.

우리금융은 당시 “앞으로도 증권 등 비은행부문 확충과 그룹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리금융 주주가치 높이기에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8월에는 우리종합금융을 완전자회사화했는데 이를 두고도 증권사 인수 채비라는 말이 나왔다.

우리종합금융은 국내 유일 종합금융사로 주식 위탁매매를 제외한 대부분의 증권사 업무를 맡고 있어 우리금융이 증권사를 인수하면 합병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이밖에 7월 상반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증권사 인수가 최우선이란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

우리금융 인수합병 대상 2순위인 보험사는 우량 매물의 값이 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나금융은 최근 KDB생명을 인수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며 우량매물을 찾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그나마 시장에 나왔거나 나올 가능성이 있는 보험사 매물 가운데 우량 매물인 롯데손해보험은 최근 주관사로 JP모건을 정했는데 매각가가 3조 원 안팎으로 여겨진다.
 
우리금융 비은행 강화 전략에 이상기류, 임종룡 저축은행 인수 검토 이유는

▲ 서울 중구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의 자본여력이 넉넉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부담이다. 

인수합병 시 고려해야 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6월 말 기준 11.97%로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낮은데다 유일하게 12% 이하다. 우리금융이 올해 초 컨퍼런스콜에서 목표로 제시했던 수치가 12%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본이 빠듯한 셈이다.
 
결국 이번 인수설은 실리가 크지 않아 일각에서는 임종룡 회장과 금융당국 사이 끈끈한 관계 속에 정부 문제 해결에 우리금융이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올 정도다.

우리금융은 지금으로서는 저축은행은 인수합병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증권사가 우선이고 보험사를 인수한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고 저축은행이 우선순위는 아니다"며 "시장에 매물이 나오면 검토는 할 수 있지만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26일 오후 4시에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연다. 이때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와 관련한 로드맵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