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컨설턴트' 역량 갖춘 이인영, SSG닷컴 상장까지 단독대표 책임 무겁다

▲ 이인영 SSG닷컴 대표이사(사진)는 '재무 전문가'이지만 사업을 보는 시야가 넓다는 평가도 동시에 받는 인물이다. SSG닷컴 단독대표가 되면서 책임이 더 무거워졌는데 앞으로 그가 어떤 역량을 보이느냐가 SSG닷컴의 반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2023년 4월27일 입점 셀러 1천여명을 초청해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쓱커밍데이'에서 회사 소개를 하고 있다. < SSG닷컴 >

[비즈니스포스트] 이인영 SSG닷컴 대표이사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SSG닷컴을 홀로 이끌게 되면서 회사의 수익성 개선에 대한 책임 역시 홀로 짊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기업공개라는 쉽지 않은 과제도 풀어내야 한다.
 
이 대표는 재무 전문가이면서도 사업 마인드를 잘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데 앞으로 SSG닷컴의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6일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10월부터 SSG닷컴의 단독대표를 맡게 된 이인영 대표는 오랜 기간 재무쪽 일을 맡았지만 단순히 자금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는 역량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대표가 그동안 맡았던 자리를 살펴보면 돈과 관련된 자리가 대부분이다.

그는 2006년 지마켓에 파이낸스 실장으로 입사한 뒤 2010년 지마켓 재무부문 부문장(CFO)에 올랐다. 2021년 지마켓이 신세계그룹에 매각되기 전까지 줄곧 지마켓의 자금 관리를 담당했다.

신세계그룹 소속이 된 이후부터는 지마켓 지원본부 본부장, 이마트 디지털신사업TF 관리TF장, SSG닷컴 지원본부 본부장 등 다양한 보직을 거쳤다.

지원본부장을 맡으면서도 사실상 CFO 역할이 많았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들의 얘기다. 지원본부의 역할에서 자금 관리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갖고 있을 정도로 숫자에 능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단순하게 숫자만 보고 사업을 판단하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그와 함께 일했던 동료 및 선후배 직원들은 얘기한다.

통상 대부분의 CFO들은 현업 부서의 비용 지원 요청이 올라오면 숫자를 확인한 뒤 ‘너무 많다’거나 ‘줄여야 한다’, 혹은 ‘승인할 수 없다’며 자금 관리를 깐깐하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현업에 있는 실무자들이 왜 비용을 지출하려하는지 직접 들어보고 판단한 뒤 ‘써야할 곳이라면 돈을 써야 한다’며 다소 과감한 의사결정도 적지 않게 했다고 한다.

이 대표와 함께 일했던 한 직원은 “이 대표는 CFO라기보다 경영 컨설턴트에 가까운 능력 보유하고 있다”며 “넓은 시각에서 회사 전반을 바라보는 태도가 강점이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3월 예정에 없던 신세계그룹 임원인사를 통해 SSG닷컴의 공동대표이사에 올랐던 것도 이런 평가들을 인정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앞으로 SSG닷컴 경영을 홀로 맡게 된 일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3월부터 9월까지만 해도 강희석 전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의사결정을 했지만 9월 말 실시된 신세계그룹 인사를 통해 앞으로는 혼자서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SSG닷컴이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대표가 느끼는 책임감은 더욱 막중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 컨설턴트' 역량 갖춘 이인영, SSG닷컴 상장까지 단독대표 책임 무겁다

▲ 이인영 SSG닷컴 대표이사.


SSG닷컴은 현재 수익성 개선에 방점을 찍고 온라인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적자 규모를 줄이는 데 집중하다 보니 외형성장의 속도는 더디다.

SSG닷컴이 올해부터 거래액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도 외형성장에 대한 자신감 부족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이커머스 기업의 거래액은 성장성 지표로 여겨지는데 이 수치가 뒷걸음질하다보니 투자자들에게 굳이 관련 정보를 알리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SSG닷컴은 적자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는 사실이 거래액의 증감보다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기업가치를 측정하거나 투자유치를 받을 때 거래액이 우선 고려된다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다.

점유율 측면에서도 SSG닷컴은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온라인 시장조사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6월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SSG닷컴을 주로 이용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2.3%에 불과했다. 쿠팡(37.7%), 네이버쇼핑(27.2%)뿐 아니라 G마켓(6.8%), 11번가(5.5%), 옥션(3.0%) 등에도 밀리는 수치다.

회사의 수익성과 점유율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SSG닷컴의 중장기 과제로 여겨지는 상장 문제도 풀기 어렵다.

이 대표가 한국거래소를 방문했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SSG닷컴이 상장을 조만간 재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으나 SSG닷컴은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진행 중인 사안이 없으며 상장 시점도 특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SSG닷컴 관계자는 “이 대표가 단독대표에 오른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 내년 초가 돼야 회사 운영과 관련한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969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미국 예일대학교 MBA 과정을 졸업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