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취임 25년 SK그룹 '딥체인지' 중, 삼성 따라잡을 토대는 완성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3년 9월1일 회장 취임 25년을 맞는다. 재계 1위 삼성을 따라잡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취임 뒤 지난 25년 동안 사업구조를 내수에서 수출 위주로 전환하며 10배에 가까운 외형성장을 달성했다.

최태원 회장은 반도체, 배터리를 그룹의 중심축으로 삼고 여기에 바이오라는 신성장사업을 추가했다. 규모만 놓고 보면 재계 1위 삼성을 따라잡겠다는 포부를 가질만한 상황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9월1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회장 취임 25주년을 앞두고 그의 승부사적 결단과 SK그룹의 가파른 성장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 회장은 38살이던 1998년 9월1일 부친인 최종현 선대회장이 별세하면서 SK그룹 총수에 올랐다. 당시 SK그룹의 자산가치는 32조8천억 원이었고 재계 순위는 현대, 삼성, 대우, LG 다음의 5위였다.

하지만 2023년 5월 기준 SK그룹의 자산가치는 327조3천억 원으로 25년 전보다 10배 가까이 커졌다. 재계순위는 2022년부터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2년 연속 삼성에 이어 2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그룹의 자산가치는 486조4010억이다.

지난 15년 동안으로 기간으로 좁혀도 SK그룹은 자산가치 기준으로 281% 커졌는데 이는 국내 30대 기업 가운데 신세계(성장률 405.8%)에 이어 두 번째로 가파른 성장세였다.

SK그룹이 이처럼 외형적으로 급격하게 커질 수 있었던 것은 최 회장이 정유, 화학, 통신 등 내수중심의 그룹 사업체질을 수출 중심으로 완전히 탈바꿈시킨 덕분으로 여겨진다.

특히 최 회장의 ‘신의 한수’는 하이닉스 인수로 꼽힌다.

최 회장은 2011년 적자에 허덕이던 하이닉스(현재 SK하이닉스)를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하이닉스는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던 부실기업이었으며 매각 추진도 2번이나 실패해 더 이상 주인이 되겠다고 나서는 곳도 없는 골칫덩어리였다. 게다가 인수에 필요한 금액도 3조 원이 넘어 SK그룹 경영진들은 대부분이 인수를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 회장은 “가장 안 좋을 때 인수를 해 반도체를 키워보자”고 판단했고 리스크 시뮬레이션까지 직접 관여하며 하이닉스 인수를 밀어붙였다. 그 결과 현재 SK그룹에서 반도체는 가장 많은 현금을 창출하는 핵심사업으로 자리잡았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이은 메모리반도체 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데 최 회장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삼성전자도 넘어설 무기를 갈고 닦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준비한 무기는 바로 HBM(고대역폭메모리)다.

HBM은 D램을 여러 층으로 쌓아올린 형태로 구현된 고성능 메모리반도체로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의 영향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10년 전 삼성전자보다 빠르게 HBM을 선제적으로 연구개발해온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AI반도체 주력 파트너가 됐고 관련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있다.

삼성전자가 지배하던 기존 메모리반도체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기회를 잡은 셈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K하이닉스는 10년 전 경쟁사보다 HBM에 적극적으로 베팅해 인공지능의 초기 승자 가운데 한 곳으로 떠올랐다”며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SK하이닉스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반도체 분야 가운데 하나를 지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SK그룹은 배터리사업에 있어서도 삼성보다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태원 회장 취임 25년 SK그룹 '딥체인지' 중, 삼성 따라잡을 토대는 완성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3대 사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3대 사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SK온은 북미 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를 포함한 글로벌 생산능력을 2025년 연산 280GWh(기가와트시)로, 2030년 500GWh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상반기에만 4조8천억 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이는 경쟁사인 삼성SDI가 같은 기간 1조4900억 원의 설비투자를 진행한 것과 대비된다.

최태원 회장은 반도체, 배터리에 이어 바이오까지 SK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신약을,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개발을 담당하는데 두 회사의 기업가치를 합치면 12조 원이 넘는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발판으로 2026년 150억 달러(약 19조원)까지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5년 내 2조4천억 원을 투자해 백신 최강자에 오르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최 회장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까지 이른바 ‘BBC(BATTERY, BIO, CHIP)’ 사업을 중심으로 딥체인지(근본적 혁신)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공격적이면서도 성공적인 인수합병(M&A)과 투자로 재계 2위까지 올랐는데 이와 같은 투자전략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 재무부담이 가중되면서 일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는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의 실적 개선으로 해소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