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시멘트업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멘트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쌍용C&E와 성신양회가 시멘트가격 인상을 예고하며 레미콘·건설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환율과 전기료 부담에 시멘트가격을 반드시 올리겠다는 태세지만 레미콘·건설업계는 유연탄 가격이 떨어져 오히려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으로 맞선다.
 
시멘트업계 환율 전기료 부담에 가격 인상, 레미콘·건설 업계 거세게 반발

▲ 환율·전기료 압박에 시멘트사들이 7월에 다시 시멘트가격을 올리려하자 건설·레미콘업계는 유연탄 가격이 떨어진 만큼 시멘트 가격을 내려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시멘트 저장탱크. <연합뉴스>


5일 건설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쌍용C&E와 성신양회를 시작으로 나머지 시멘트사들도 가격인상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쌍용C&E는 7월부터 시멘트가격을 14.1% 올려 톤당 10만4800원에서 11만9600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5월30일 발송했다. 이후 성신양회도 2일 시멘트가격을 12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문을 냈다. 14.3% 올리겠다는 것이다.

쌍용CE&와 성신양회 등 시멘트 7개사의 시멘트 가격은 2021년 7월 7만8800원에서 2022년 2월 9만2400원, 같은 해 11월 10만5천 원으로 올랐다. 2022년에만 33%가 올랐는데 이번 인상분까지 반영되면 2021년과 비교해 50%가 넘게 상승하는 셈이다.

시멘트회사들이 가격을 올리면 레미콘업체들도 건설사에 레미콘 가격 인상을 요구한다. 최종 수요처인 건설사들과 마찰이 불가피한 만큼 시멘트사들이 가격을 올릴 때마다 레미콘업체들과 갈등이 반복된다.

일반적으로 시멘트업계가 가격인상 공문을 보내면 가격 인상폭에 관해 협의가 진행된 뒤 받아들여졌다. 지난해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따른 유연탄 가격 급등으로 시멘트사의 가격 인상에 명분이 존재해 가격인상 수위만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 7월 시멘트 가격 인상 여부를 두고는 시멘트 가격을 올려야 한다와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부딪치고 있어 분위기가 다르다. 

레미콘·건설업계는 재해 수준의 사건으로 원자재값 가격 상승에 관한 고통분담을 해왔지만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대형건설사들은 시멘트사와 레미콘연합회 사이 가격협상을 체결해 건설사로 떠넘기는 구조를 더 수용할 수 없다며 최종 가격 부담자인 건설사가 직접 협상 전면에 나서겠다는 태세까지 보인다.

레미콘·건설업계는 유연탄 가격이 크게 내려온 만큼 오히려 시멘트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호주 뉴캐슬탄(5500㎉ 기준)은 2020~2021년 톤당 60달러 안팎을 보이다가 2022년 3월 톤당 288달러로 수직 상승했다. 이후 2022년 9월까지 톤당 200달러 안팎을 유지하다 2022년 말 하락추세를 보이며 5월26일 기준 톤당 104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만 유연탄 가격이 절반가량 하락한 셈인 데다 앞으로도 유연탄 가격은 더 떨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광물자원공사 자원정보포커스를 보면 중국 부동산시장 부진과 산업활동 위축에 따라 유연탄 소비가 급감해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중국의 유연탄 재고도 4월 말 기준으로 전년보다 2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는 언론매체를 통해 “현재 시멘트 가격에서 유연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3만 원 정도로 5월 기준 유연탄 가격이 급락해 최소 1만5천 원 인하요인이 발생했다”며 "환율도 지난해 2차 인상 요구시점인 7~9월과 비교해 떨어진 상황이라 인상 근거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4월3일부터 6월5일까지 평균 원달러환율은 1323.6원으로 2022년 7~9월 1338원보다 오히려 하락했다.

이에 따라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는 7개 시멘트사에 하반기 시멘트 가격 단가 인하를 요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협의회는 시멘트회사에 원가 관련 자료 제출도 요구하기로 했다. 시멘트 제조원가 가운데 전력비가 25~35%, 유연탄이 35~4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도 시멘트사들이 전기료 인상분을 적절하게 가격에 반영했는지 가격 인상의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하지만 시멘트회사들은 가격 인상을 관철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유연탄 가격 하락은 환율상승(원화약세)으로 일부 상쇄됐고 전력요금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유연탄, 전력비 인상 등 원가상승 요소가 발생했을 때 100%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자체 원가부담을 해왔다”며 “시멘트사들의 시멘트사업부문 실적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지난해 적자에서 이제 소폭 흑자로 돌아선 수준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쌍용C&E의 시멘트 가격 인상폭이 오히려 적다는 말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업계1위 쌍용C&E는 올해 1분기 내부거래를 제외한 시멘트사업에서 매출 3813억 원, 영업이익 4400만 원을 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34.1% 늘고 영업적자 306억 원에서 소폭 흑자로 돌아섰다.

업계2위 한일시멘트는 같은 기간 시멘트사업에서 매출 2031억 원, 영업이익 41억 원가량이 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매출은 31.2% 증가했고 영업적자 134억 원에서 흑자전환했다.

가격인상 행렬에 동참한 성신양회는 2023년 1분기 시멘트사업에서 매출 1706억 원, 순손실 60억 원을 봤다. 전년에 이어 적자기조가 이어졌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