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근 드러난 주가조작 사태에서 논란이 된 CFD(차액결제거래)가 개미(개인투자자)를 넘어 증권사에게도 손실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며 CFD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특히 미수채권 및 평판 저하 등 CFD 거래로부터 발생하는 증권사들의 리스크를 고려할 때 CFD가 존속하기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개미들 울린 ‘무더기 하한가 사태’ 증권사 실적에도 불똥, CFD 운명은

▲ 미수채권 및 평판 저하 등 CFD 거래로부터 발생하는 증권사들의 리스크를 고려할 때 CFD의 존속이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사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가조작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4월 말 주가조작 대상 8개 종목(다올투자증권, 다우데이타, 선광, 세방, 하림지주, 삼천리, 서울가스, 대성홀딩스)이 무더기 하한가를 맞은 데에는 CFD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CFD는 증권사가 투자자 대신 주식을 구매하고 특정 시점이 지난 뒤 차익을 두고 정산하는 거래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높은 수수료와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어 2015년 교보증권이 국내에 도입한 뒤부터 증권사들은 저마다 CFD 거래의 확대에 나섰다.
 
CFD는 최대 2.5배까지 증권사로부터 레버리지(차입)할 수 있어 적은 자금으로도 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10만 원짜리 주식 한 주를 구매하기 위해 4만 원의 증거금만 있으면 되는 식이다. 일정 시점이 지난 뒤 해당 종목의 주가가 12만 원으로 오르면 차익 2만 원 가운데 일부를 증권사에 수수료로 지불하고 나머지를 수익으로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주가가 8만 원으로 떨어지면 손실금 2만 원을 증거금에서 내야 해 증거금이 반으로 줄어든다.

차손이 증거금을 넘어버리면 계좌에 추가적으로 증거금을 입금해야 한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주가 하락에 따른 증거금 손실이 일정액을 넘어가면 자동으로 해당 주식을 팔아치우는 반대매매를 통해 손실을 최소화한다.

반대매매가 쏟아져 나오며 주가가 연이어 하락하자 해당 종목을 산 선의의 투자자들도 피해를 본 것이다.

그런데 CFD의 불똥이 증권사에도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주가 하락으로 불어난 차손을 감당하지 못한 CFD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갚아야할 돈을 갚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번 사태로 CFD 자체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져 CFD 사업을 영위한 증권사들의 평판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규희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CFD 관련 고객채권 미회수 및 평판 하락으로 증권사들의 영업기반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도 “증권사들은 CFD로 인한 미수채권 및 해당 종목들의 일반투자에 제공된 신용융자금의 부실화에 더해 불완전판매를 사유로 소송을 당할 가능성 등 다양한 리스크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양정숙 의원(무소속)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증권사별 CFD 계좌 잔고 순위는 교보증권(6180억 원), 키움증권(5576억 원), 삼성증권(3503억 원), 메리츠증권(3446억 원), 하나증권(3400억 원) 등의 순이었다.

뒤를 이어 유진투자증권(1485억 원), DB투자증권(1400억 원), 한국투자증권(1126억 원), KB증권(664억 원), 신한투자증권(582억 원), SK증권(139억 원), NH투자증권(134억 원), 유안타증권(63억 원)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 잔고 가운데 미수채권 발생 비중은 현재 금융감독원과 각 증권사들이 집계하고 있는데 그 비중이 적잖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한 일부 증권사들을 제외하고는 CFD 계좌 잔고와 미수채권 발생 비중이 대체적으로 비례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수석연구원도 “해당 종목들의 CFD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은 피해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기존 8개 종목 이외에 최근 비슷한 양상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종목들이 새로 나오면서 미수채권의 비중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CFD로 인해 평판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점도 증권사들에게는 부담이다. 실제 CFD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현재 증권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국내 증시에서 증권주 업종의 시가총액은 4월21일 23조 원대에서 약 3조9천억 원 줄며 5월12일 19조2천억 원대로 내렸다. CFD로 인한 미수채권 및 평판 악화로 고객들의 이탈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가 CFD 계좌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예고하는 점도 증권사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에 증권사들은 앞다투어 CFD 거래를 중지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8일 국내외주식 CFD 신규 계좌의 개설을 중단했으며 교보증권도 4일 국내외주식 비대면 CFD 신규 계좌의 개설을 중단했다.

1일 한국투자증권은 국내외주식 CFD 신규거래를 중단했으며 삼성증권도 4월26일 국내외주식 CFD 신규거래를 중단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증권사가 각자 방식으로 CFD 서비스와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이에 CFD의 미래에 관심이 모이는데 이대로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CFD의 제도 개선을 예고하면서 여러 규제가 가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그 결과 증권사 신용융자와 다름 없어질 거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태가 여기까지 온 만큼 증권사들이 CFD 거래를 부활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며 “이것저것 규제가 붙으며 결국엔 증권사 신용융자와 차이점이 없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같은 내용의 신용융자가 두 가지 있을 필요는 없으니 결국은 CFD가 소멸하게 되는 것과 진배없다”고 덧붙였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