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부회장이 석유사업의 실적 악화로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석유사업의 부진은 배터리를 필두로 배터리 소재, 플라스틱 재활용 등 사업 다각화에 필요한 투자금 마련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소식도 있다. 2017년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뒤 적자를 감내하면서 공격적으로 투자한 배터리사업이 이르면 올해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년엔 1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만큼 SK이노베이션의 투자금 마련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김준 석유사업 부진에 투자금 고민, 배터리 흑자 전망은 희소식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고의 시간'을 거쳐 배터리사업에서 영업이익 창출이라는 결실을 앞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이르면 올해 연간 기준 흑자전환을 달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8일 증권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석유사업에서 영업이익 하락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석유사업에서 영업이익 1500억~2천억 원가량을 낼 것으로 예측됐다. 2조2천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지난해 2분기뿐 아니라 전 분기인 올해 1분기(2748억 원)보다도 최소 25% 이상 감소하는 수치다.

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 사이에서 지지부진한 사이 석유제품 가격에서 비용을 뺀 정제마진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5월 첫째 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2.6달러로 4월 셋째 주부터 배럴당 2달러대를 보이고 있다. 3월까지 배럴당 7달러대를 유지했지만 석유제품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2분기 들어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4~5달러를 크게 밑돌고 있다.

향후 업황이 불확실한 탓에 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의 가파른 실적 개선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관련 국제기관들조차 크게 엇갈리는 전망을 내놓을 만큼 국제 유가에 변수가 많은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월 월간 정례보고서를 통해 올해 원유 수요가 중국발 수요 회복에 힘입어 역대 최고치(하루 1억194만 배럴)를 기록할 예측했다. 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4월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 우려를 내비쳤다.

이 때문에 증권사별 올해 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 영업이익 전망치 편차도 크다. 대부분 하반기 업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실적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4일 SK이노베이션 1분기 실적발표 뒤 보고서를 내놓은 증권사 10곳의 분석을 보면 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의 최소값(하나증권, 6602억 원)과 최대값(미래에셋증권, 1조5526억 원)의 차이는 약 8900억 원에 이른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유가 및 정제마진 하락에 따른 석유 부문의 이익 출소가 아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과 관련해 정유 시황은 예상보다 더디게 개선되고 있지만 하반기 계절적 성수기 및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통한 수요 확대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으로서는 여전히 주력인 석유사업에서의 이익 개선이 매우 중요하다. 배터리를 필두로 배터리 소재, 플라스틱 재활용 등 사업을 다각화하는 시점에서 꾸준한 현금 창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석유사업은 SK이노베이션의 전체 실적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최근 2년(2021~2022년) 동안 SK이노베이션 전체 영업이익에서 석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2%에 이르렀다. 코로나 팬데믹이 깊어진 2020년에는 석유사업에서 2조2천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이 고스란히 전체 영업손실(2조5688억 원)로 이어졌다.

다만 김 부회장은 배터리사업이 빠르면 올해 연간 기준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도 있다는 점에 큰 기대를 걸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은 2021년 10월 물적분할해 출범한 SK온이 전담한다. 지난해 말 기준 SK이노베이션은 SK온의 지분 96.54%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SK온의 실적은 연결재무제표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의 실적에 거의 그대로 반영된다. 

앞서 SK이노베이션 실적을 예측한 증권사 10곳 가운데 3곳은 SK온이 올해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봤다. 삼성증권은 SK온이 지난해 1조 원이 넘는 손실을 뒤집고 올해 328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또 증권사 10곳 가운데 8곳은 SK이노베이션이 올해 분기 기준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증권 등 4곳은 당장 2분기부터 SK온이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가장 큰 요인은 지난해 배터리 생산을 시작한 미국 조지아 2공장(연간 생산능력 12GWh)과 헝가리 코마롬 2공장(연산 10GWh) 등의 수율이 안정화한 데 더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효과가 영업이익에 반영되는 점이다.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는 미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판매할 때 세금을 공제해주는 제도로 배터리 셀에는 1kWh(킬로와트시)당 35달러, 모듈은 1kWh당 10달러가 적용된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온은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 금액이 2분기 4288억 원, 올해 전체 8천억 원가량이 영업이익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부문 실적 개선을 통해 유가 및 정제마진 등락에 따른 석유 관련 사업의 실적 변동성을 상쇄하고 안정적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SK온의 배터리사업은 올해를 지나 내년부터 SK이노베이션 안에서 기존 주력인 석유사업을 뛰어넘는 존재감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온의 내년 영업이익은 1조 원을 넘나들 것으로 전망된다. 몇몇 증권사에서는 SK온의 내년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의 영업이익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의 흑자전환 가시화는 김 부회장에 단순히 실적 안정화라는 의미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사업은 김 부회장이 대표에 올랐을 때부터 각별히 공을 들여 키운 SK이노베이션의 핵심 성장동력이지만 그간 적자를 탈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고의 시간’을 거친 뒤 흑자전환이라는 결실을 앞두게 된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사업에서 실적이 공시된 기간 기준으로만 7년 동안 영업손실을 내는 데 그쳤다. SK이노베이션이 2005년 전기차배터리 개발에 착수했던 걸 고려하면 배터리사업은 거의 20여 년 만에 돈을 벌어들이는 사업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