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매치] LG엔솔-권영수 SK온-지동섭, ‘K-배터리’ 북미 선점 경쟁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과 지동섭 SK온 대표이사 사장이 2023년 'K-배터리' 북미 시장 선점에 앞장선다.

[비즈니스포스트]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과 지동섭 SK온 대표이사 사장이 2023년 ‘K-배터리’의 북미 시장 선점을 놓고 경쟁한다.

올해 CATL 등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자국 시장을 발판 삼아 글로벌 배터리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에 따라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북미를 전초기지 삼아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권영수 부회장과 지동섭 사장은 북미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각각의 처한 상황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권 부회장과 지 사장이 각각 북미 시장 선점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해 K-배터리의 위상을 높일 기반을 닦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의 2023년 영업이익 합계치가 5조 원을 넘어서며 2022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별로 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각각 영업이익 2조5천억 원씩을 내고 SK온도 수천억 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며 연간 기준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배터리3사는 2022년 원자재 가격 급등, 유럽 전력비용 증가, 신규 가동 공장들의 수율 문제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성장과 함께 지난해 겪은 문제들이 점차 해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배터리3사는 실적 안정화를 바탕으로 생산능력 확대 등 미래 투자계획 실행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상황을 맞이한 셈이다.

특히 ‘기회의 땅’인 북미 시장 공략이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북미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권영수 부회장과 지동섭 사장의 역할이 더욱 주목된다.

대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의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 SK온은 포드와의 배터리 합작법인 블루오벌SK(BlueOvalSK)를 통해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북미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22년 8월16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북미 중심 사업전략에 더욱 힘이 실렸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르면 △최종 조립이 북미 내에서 이루어진 완성차 조건을 만족하면서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추출 또는 처리, 북미에서 재활용한 배터리 원재료를 사용하고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된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를 사용한 완성차만 7500달러의 보조금(세제혜택) 대상이 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근본적으로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짙다.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 확장세가 빨라진 상황에서 미국이 국내 기업들의 핵심 시장으로 부각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모두 북미를 제1 글로벌 거점으로 공식화한 뒤 투자계획을 시장과 상세히 공유하며 북미 배터리 시장 선점을 바라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연간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 목표로 내건 580GWh(기가와트시) 가운데 45%에 이르는 250GWh가량을 북미에서 확보한다. SK온도 2025년 목표치 220GWh 가운데 40% 이상인 94GWh를 북미에서 계획하고 있다.

권영수 부회장은 글로벌 배터리 선도기업 LG에너지솔루션 수장으로서 역할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규모 측면에서 CATL과 직접 대적할 만한 기업은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도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권 부회장은 새로 협력하는 완성차업체들과 차질 없이 북미 투자계획을 실행하는 일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10년 이상 전략적 파트너로 관계를 맺어온 GM 이외에도 스텔란티스, 혼다와 북미에 합작법인 방식으로 대규모 배터리공장을 짓기로 했다.

권 부회장에는 배터리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도 여전히 핵심 과제로 꼽힌다.

배터리 화재 우려는 물론 LG에너지솔루션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 과거 화재에 따른 리콜 사태로 상장이 미뤄진 점 등을 고려하면 항상 내재된 ‘리스크’라고 볼 수 있다.

권 부회장은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해 10조 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했고 자체 이익창출력도 크게 높이는 성과를 냈다. 재계에서 LG그룹의 미래 동력이 배터리사업에 있다는 전망이 나올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을 향한 기대가 크다.

지동섭 사장은 지난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5위 자리를 굳히며 진일보한 성과를 이끌어냈다. 연말에는 블루오벌SK의 첫 배터리 공장인 켄터키 제1, 2공장 착공, 현대자동차그룹과 북미 배터리 공급 협력 등을 이뤘다.

다만 대규모 북미 투자를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한 투자금 마련이라는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

SK온은 지난해 초부터 기업가치를 40조 원으로 잡고 최대 4조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시장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며 계획을 수정했다.

SK온은 최근 기업가치를 22조 원가량으로 잡고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를 포함한 재무적 투자자에게 2026년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1조3천억 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또 모회사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2조 원의 지원을 받게 됐다.

그러나 앞으로도 천문학적 투자자금이 지속해서 필요한 만큼 지 사장은 SK온의 흑자기조 안착을 통한 재무 건전성 확보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의 연결기준 단기차입금을 보면 2021년 말 4990억 원에서 2022년 3분기 말 5조2719억 원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우리 정부도 반도체를 이을 국내 대표 산업으로서 배터리를 육성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미국 배터리 시장을 향해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여기에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선두주자로 나서는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요 가운데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3%에서 2025년 44%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배터리 기업들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21년 26.5%에서 2025년 69%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2030년 K-배터리가 세계 시장 점유율 40%를 달성해 글로벌 배터리 세계 최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주영준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2022년 12월 열린 배터리 산업경쟁력 분과(얼라이언스)회의에서 “미국 IRA에 경쟁기업보다 한발 앞서 대응한다면 우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공고히 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산업계와 정부가 한 팀으로 공급망 강화, 투자확대, 초격차 기술확보 등의 과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
 
[편집자주] 2023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지나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세계 경기침체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불안정한 시장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기업에도 예측하기 어려운 위기가 다가오며 회사의 미래를 짊어진 CEO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 주요 CEO들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회사의 발전을 이끌어 한국 경제의 위기 극복에 해답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올해 이들이 대결하는 분야와 이뤄내야 할 목표를 통해 앞으로의 시장 흐름과 업계 판도를 예측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