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다음 스마트폰에 퀄컴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넘어서는 자체 반도체를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시스템반도체 설계 및 생산분야에 역량을 결집한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를 말한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0에 퀄컴 넘는 자체 AP 탑재 위해 역량 총결집

▲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왼쪽)과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현재 삼성전자는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20’ 시리즈에 퀄컴의 AP ‘스냅드래곤’ 및 자체 AP ‘엑시노스’를 지역에 따라 다르게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엑시노스를 실은 모델에 관해서는 성능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성능을 높이고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퀄컴 제품보다 더 나은 AP를 개발하는 일이 시급하다.

29일 외국언론을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다음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가칭)’에 자체 AP ‘엑시노스990’의 개선된 제품을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발자 커뮤니티 XDA디벨로퍼는 “삼성전자는 6나노급 공정에서 엑시노스990의 개선된 모델 ‘엑시노스992(가칭)’를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엑시노스990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2019년 19월 발표한 7나노급 AP로 현재까지 삼성전자가 내놓은 AP 가운데 가장 성능이 뛰어나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엑시노스9820’ 등 이전 세대 AP와 비교해 성능이 20%가량 향상됐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엑시노스992에서 이보다 제품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와 연계해 7나노급 아래로 반도체 생산공정을 심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아직 5나노급 반도체 양산단계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6나노급 반도체는 2019년 하반기부터 경기도 화성사업장 ‘V1’라인에서 양산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날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V1라인 가동 및 6나노급 제품 양산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는 회로가 미세해질수록 성능이 좋아진다.

삼성전자는 5나노급 공정에서 7나노급과 비교해 반도체 면적은 25% 줄고 소비전력은 20% 감소하는 반면 성능은 10%가량 높아진다고 본다. 그런 만큼 삼성전자가 준비하는 6나노급 AP는 5나노급보다는 못해도 7나노급 기존 제품보다 향상될 공산이 크다.

엑시노스992 출시는 삼성전자가 퀄컴을 따라잡을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퀄컴은 최신 AP ‘스냅드래곤865’를 개선한 ‘스냅드래곤865플러스’를 올해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 메이주 등 퀄컴 고객사에 따르면 스냅드래곤865플러스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출시 시기가 내년으로 지연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로서는 엑시노스992를 앞세워 스냅드래곤865를 넘어서는 데만 집중하면 되는 셈이다.

다만 엑시노스992가 앞선 공정을 바탕으로 월등히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대신 발열과 전력 소모를 줄이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엑시노스990의 개선된 모델인 만큼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주요 구성요소는 바뀌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IT매체 안드로이드어쏘리티는 “엑시노스990과 스냅드래곤865의 CPU 성능 차이는 미미했지만 GPU에서는 삼성전자가 큰 폭으로 성능을 향상해야 한다”며 “삼성전자는 엑시노스에서 GPU 성능을 높이기 위해 AMD와 협력했는데 AMD의 GPU가 장착된 반도체는 2021년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XDA디벨로퍼는 “엑시노스992는 엑시노스990보다 전력 효율이 높은 설계를 제공하고 소폭 향상된 연산 성능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퀄컴 스냅드래곤865와 비교한 성능 우위는 1~3% 수준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는 현재 같은 스마트폰 모델에서도 AP에 따른 성능 격차가 발생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최근 출시된 갤럭시S20 시리즈 가운데 인도와 유럽, 남미 등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엑시노스990을 탑재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과 미국 등에서는 스냅드래곤865를 장착한 스마트폰이 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 매체들은 스냅드래곤865를 사용한 쪽이 더 우수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0에 퀄컴 넘는 자체 AP 탑재 위해 역량 총결집

▲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20' 시리즈.


안드로이드어쏘리티에 따르면 엑시노스990과 스냅드래곤865가 각각 탑재된 삼성전자 ‘갤럭시S20플러스’를 풀HD 화질 및 60Hz 주사율로 작동할 때 엑시노스990 GPU의 벤치마크(연산성능 수치화) 점수는 스냅드래곤865 GPU가 받은 점수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IT매체 아난드테크는 갤럭시S20 시리즈의 배터리를 측정한 결과 엑시노스990 적용 제품이 스냅드래곤865를 탑재한 스마트폰보다 배터리를 더 많이 소모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갤럭시S20울트라에서 60Hz 주사율 기준으로 인터넷 검색(웹 브라우징)을 전제로 한 사용시간을 측정했을 때 스냅드래곤865를 탑재한 제품은 14.05시간을 버텼다. 엑시노스990 사용 제품은 12.28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

이러다 보니 3월18일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한 주주가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에게 엑시노스가 스냅드래곤보다 성능이 떨어진다고 비판받는데도 스마트폰에 엑시노스 사용을 고집하는 이유가 뭔지 묻기도 했다.

당시 고동진 사장은 “엑시노스와 경쟁사 제품에 관해서는 시장과 상황에 따라 고객들의 평가가 다를 수 있다”며 “우리 제품이라 엑시노스를 쓰는 게 아니라 철저한 경쟁논리를 바탕으로 AP를 선택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