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퀄컴, 미디어텍 등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공급사들이 저렴하면서도 5G통신을 지원하는 제품을 앞세워 중저가 5G스마트폰 수요를 노린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이 위축되고 중저가 스마트폰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5G 보급형 스마트폰 강세, 삼성전자 퀄컴 미디어텍 AP 3파전 뜨거워

▲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21일 외국언론을 종합하면 스마트폰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보급형 5G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5G스마트폰용 중저가 AP 수요가 늘고 있지만 공급업체 사이 가격 인하경쟁이 벌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AP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를 말한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5G통신 반도체 공급사들이 더 많은 주문을 확보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낮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저가 5G스마트폰용 AP 수주경쟁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퀄컴, 미디어텍의 ‘3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퀄컴과 미디어텍,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 등 AP 제조사 5개가 세계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애플과 하이실리콘은 자체 스마트폰에만 AP를 공급해왔기 때문이다.

점유율만 놓고 보면 퀄컴과 미디어텍이 삼성전자와 비교해 우위에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2019년 스마트폰용 AP시장에서 퀄컴이 33.4%, 미디어텍이 24.6%의 점유율을 차지했고 삼성전자는 14.1%에 그쳤다.

실제로 두 기업이 개발한 중저가 5G스마트폰용 반도체는 최근 여러 모바일기업에서 도입하고 있다. 

퀄컴이 2019년 말 출시한 ‘스냅드래곤765’는 샤오미 ‘레드미K30 5G’, ZTE ‘액손11 5G’, LG전자 ‘G9’, 리얼미 ‘X50 5G’, 구글 ‘픽셀5’ 등에 탑재됐거나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텍은 2020년 1월 ‘디멘시티800’을 공개했다. 오포 ‘A92’이 최초로 디멘시티800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디어텍이 그동안 중저가 AP 공급사로 위상이 컸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더 많은 모바일기업들이 디멘시티800을 선택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퀄컴이나 미디어텍과 비교해 아직 중저가 5G스마트폰용 AP 고객을 크게 늘리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2019년 9월 내놓은 ‘엑시노스980’은 지금까지 삼성전자 제품 이외에 비보의 ‘S6’, ‘X30’, ‘X30프로’ 등에 채용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른 모바일기업들이 추가로 엑시노스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기업 TSMC가 미국 정부로부터 중국에 반도체를 공급하지 말라는 취지의 압박을 받고 있어 미디어텍, 하이실리콘 등 TSMC에 의존하는 AP 공급사가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오포와 화웨이도 엑시노스 채택을 고려하고 있다”며 “삼성전자 스마트폰용 AP 점유율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저가 5G스마트폰용 AP 수요는 앞으로 지속해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스마트폰시장이 타격을 받으면서 모바일기업들이 보급형 라인업을 통해 수요 회복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4월 들어 ‘갤럭시A51 5G’, ‘갤럭시A71 5G’ 등 보급형 5G스마트폰을 잇따라 공개했다. LG전자는 프리미엄급에서 한 단계 사양을 낮춘 ‘LG 벨벳’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중저가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화웨이 ‘아너30s 5G’, 샤오미 ‘미10라이트 5G’, 오포 ‘리노3프로 5G’ 등 40만~60만 원대 제품이 최근 공개됐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가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이전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중국 업체들의 5G스마트폰 신모델은 주로 중간 가격대(300~599달러)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중저가 5G스마트폰 출시가 확대돼 스마트폰 수요 회복 속도에 탄력을 붙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