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LS에코에너지 대표이사가 미국과 베트남의 ‘상호관세 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각) 발표한 상호관세에서 베트남에 가장 높은 46%의 관세율을 부과하면서, 베트남에 유일한 공장을 두고 있는 회사의 미국 통신케이블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LS에코에너지 베트남 46% 관세에 미국 수출 타격 불가피, 이상호 미-베 관세협상에 촉각

▲ 이상호 LS에코에너지 대표이사가 미국과 베트남의 상호관세 협상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 LS에코에너지 >


7일 베트남 현지 매체 등 보도를 종합하면 호득푹 베트남 공산단 부총리가 이끄는 고위급 대표단이 현지시각 4월6일부터 14일까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이 베트남에 부과할 46% 관세와 관련해 협상한다.

앞서 뜨오 럼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는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 정부가 9일부터 베트남에 부과키로 한 상호관세 46%를 45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베트남 관세율을 0%로 낮추겠다고 제안했다.

또 럼 총서기는 트럼프 대통령에 서한을 보내 5월 말 워싱턴에서 직접 만나 관세문제를 협의하자며 ‘트럼프 관세폭탄’ 대응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LS에코에너지는 LS전선의 아시아 사업을 위한 중간 지주사다. 회사는 베트남 하이퐁(전력케이블, 전선소재)과 호치민(통신케이블, 전력케이블, 부스덕트) 등에 생산공장을 두고 베트남 내수용 제품과 미국, 유럽 등 수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회사의 수출 실적은 3250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37.4%를 차지했다. 회사는 올해 미국 전력기기 호황 사이클에 올라타 전선 수출을 더 늘릴 계획이었다. 

지난해 실적 성장에 톡톡히 기여했던 통신케이블에 더해 올해는 미국 시장에서 지중(URD)케이블, 배전 케이블 등의 ‘전력케이블’로 수출품목을 확장하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 8690억 원, 영업이익 448억 원 등으로 사상 최대 매출·영업이익을 달성했는데, 유럽과 미국 등을 중심으로 한 초고압케이블, 랜(UTP)케이블 수출 확대가 주효했기 때문이다. 

회사가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한 랜케이블의 80% 이상은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지난해 회사의 랜케이블 매출은 1221억 원으로 1년전보다 23.7% 늘었고, 수출도 15% 증가했다. 전력케이블 수출도 같은 기간 1502억 원으로 28.9% 늘었다. 
 
LS에코에너지 베트남 46% 관세에 미국 수출 타격 불가피, 이상호 미-베 관세협상에 촉각

▲ LS에코에너지의 베트남 호치민 공장에서 현지 직원이 광케이블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 LS에코에너지 >

앞서 회사는 또 미국 수출을 늘리기 위해 고속 데이터 전송을 위한 연결 표준인 'Cat.6' 이상의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꿨다. 이를 위해 2022년에는 68억 원을 들여 Cat.5 통신케이블 설비를 일부 축소하고 10기가급 랜케이블(CAT.6A) 생산설비를 증설했다. 매출 기준 생산능력을 15% 확대했다. 

또 화재 발생시에도 전력공급이 유지되고(고난연), 유독가스 발생이 적은(불연성) 특성을 끌어올린 랜케이블인 ‘CMP 케이블’ 판매비중도 2020년 13%에서 2024년 32%로 늘렸다. 해당 케이블은 정보손실을 막아주기에 미국에서 은행, 대학교, 기업, 정부기관 등의 전산센터에 쓰인다.

그러나 이같은 회사의 북미 수출 확대 전략은 미국의 베트남 고율 관세로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LS에코에너지 관계자는 "베트남과 미국의 관세 협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베트남 생산법인 수출 제품은 시장 상황에 맞춰 가격 인상 등으로 유연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통신·전력케이블 수출에서 공급자 우위에 있는 만큼 관세 부담을 가격 인상으로 해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 모회사 LS전선은 미국 현지 생산을 늘려 관세 부담을 최대한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이상호 대표는 1968년 생으로, 미국 미시간주 주립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뒤 일리노이대에서 재무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LG증권에서는 국제금융팀, 런던법인 최고재무 책임자 등을, KPMG에서는 뉴욕지사로 근무했다.

LS그룹이 2009년 미국 자회사 슈페리어에식스를 인수하기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 사이프러스에 입사해 LS그룹에 합류했으며 LS전선 글로벌경영지원팀, 재경부문장 등을 거쳐 LS전선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과 LS에코에너지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