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도 트럼프 정부에 발 맞춘다, '기후공시 철폐' 수면 위로

▲ 마크 우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이 2024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기조에 따라 '기후공시'를 철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EC는 지난해 기업들의 온실가스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공시 시행안을 제정한 뒤 발효했는데 공화당 정치권과 미국 기업계의 반발로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최근 교체된 SEC 위원장은 법적 절차를 중단하기로 하고 기후공시를 제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12일 뉴욕타임스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SEC가 기후공시를 철폐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마크 우예다 신임 SEC 위원장은 미국 루이지애나주 제8연방 항소법원에 SEC 기후공시와 관련된 모든 법적 절차를 일시적으로 중지할 것을 요청했다고 11일 로이터 보도했다.

미국 SEC 기후공시는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된 모든 기업들에 기후 관련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연방 규정이다.

스코프 1(직접 배출)과 스코프 2(간접 배출)로 구성된 기업 온실가스 배출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규정에 따라 시가총액 7억 달러(약 1조 원)가 넘는 미국 증권시장 상장 대기업은 2025년 온실가스 정보를 집계해 2026년부터 공시해야 한다. 시총 7500만 달러(약 1090억 원) 이상 7억 달러 미만 중견기업은 2026년부터, 시총 7500만 달러 미만 소기업은 2027년부터 기후공시가 의무화된다.

공시안이 발표되고 난 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등 공화당 성향 19개 주 정부와 미국 상공회의소 등은 SEC가 미국 헌법에 명시된 자유로운 상행위의 권리를 침해했다며 연방항소법원에 제소했다.

기후공시가 시행되면 기업들은 온실가스와 기타 기후 관련 위험성 정보를 집계해 공개해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려면 상당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해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도 트럼프 정부에 발 맞춘다, '기후공시 철폐' 수면 위로

▲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증권거래위원회(SEC) 본부. <연합뉴스>

올해 1월 들어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SEC 기후공시가 기업활동에 해를 입힐 것이라 보고 규정 시행을 정지시키는 행정명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후공시 외에도 SEC가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동안 시행했던 여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규정들을 폐지하라며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 우예다 SEC 위원장은 공식성명을 통해 "그 규정(기후공시)은 매우 많은 결함이 있고 우리 시장과 경제에 큰 해를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SEC가 자체적으로 기후공시를 재검토하고 필요하다면 폐지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SEC는 위원 다섯 명을 통해 의사결정으로 하는 구조이다. 올해 1월 겐슬러 위원장이 사임하기 전만 해도 민주당 위원이 셋, 공화당 위원이 둘이었다.

공화당 측 우예다 위원장으로 바뀐 뒤부터는 공화당이 셋, 민주당이 둘인 체제로 바뀌었다. 공화당이 기후공시 시행에 매우 적대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기후공시는 재검토 과정에서 폐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전문가들도 SEC 기후공시 존속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시바람 라즈고팔 컬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기후공시 규정은 기업의 준수 비용을 약간만 증가시키는 반면 투자자들이 특정 기업에 투자할 때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효과가 크다"며 "하지만 이번에 SEC가 취한 조치는 기후공시의 끝을 알리는 신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