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국의 가성비 AI '딥시크' 등장이 자율주행차와 로봇 등 첨단 기술 경쟁을 격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연합뉴스>
중국 자율주행차와 로봇 기업들이 앞다퉈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오픈소스’ 모델 딥시크를 적극 도입해 미국과 벌이는 첨단기술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려 하고 있다.
10일 로이터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비롯한 외신을 종합하면 중국 만리장성자동차와 유비테크 등 기업은 딥시크를 자율주행차 및 로봇 학습에 적극 도입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만리장성자동차는 딥시크로 자사의 커넥티드카(이동통신이 가능한 차량) 기능 향상을 노린다. 운전자 요구를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는 자율주행용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딥시크는 중국 헤지펀드 하이플라이의 자회사가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이다. 자연어는 물론 이미지와 소리 등 다양한 형식 데이터를 처리하고 콘텐츠를 생성한다.
특히 딥시크는 논리적 추론과 수학적 문제 해결에 집중한 모델이다.
이에 방대한 주행 영상을 분석해서 상황에 맞게 차량을 조작해야 하는 자율주행 기술 훈련을 효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 전문매체 카뉴스차이나는 “중국 지리자동차도 딥시크를 활용해 차량을 자동으로 호출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로봇 기업도 딥시크 도입에 나섰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UB테크는 딥시크로 어떻게 로봇 기술을 고도화할지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학습 시간을 단축하고 동작을 정교하게 만드는 작업에 딥시크를 활용하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아래 로봇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도 토요타 연구소(TRI)와 손잡고 기술 개발에 인공지능을 접목하고 있는데 중국에서 유사한 협업이 펼쳐질 모양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딥시크 등장으로 로봇과 전기차 등 중국 첨단 제조업에 AI 도입 물결이 일었다”고 설명했다.

▲ 1일 중국 베이징 한 쇼핑몰에서 열린 신년 과학기술 박람회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담'이 붓으로 한자 복(福
)자를 쓰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1월 등장 당시 엔비디아 주가가 10% 급락했을 정도로 기존 인공지능 및 반도체 선두 기업을 흔들어놨다.
이에 더해 딥시크가 자율주행과 로봇 학습 효율화로 중국 첨단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이는 중국이 미국과 벌이는 기술 경쟁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중국 당국은 ‘중국 제조 2025’ 정책에 기반해 전기차와 로봇과 같은 차세대 산업에 규제 완화와 재정 지원 등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미국의 기술 주도권을 추격하고 있다. 여기에 기술 고도화를 앞당길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까지 나타난 셈이다.
미국은 반도체 장비 및 인력 유출을 통제하는 조치로 중국의 첨단 산업 발전을 견제하고 있다. 전임 바이든 정부는 중국산 기술이 쓰인 커넥티드카에 미국 내 판매 금지 조치까지 시행했다.
요컨대 미국의 견제를 뚫고자 중국 자율주행과 로봇 업체들이 딥시크 등장을 발판으로 경쟁력을 끌어 올리려 하는 것이다.
딥시크가 글로벌 주요 인공지능 모델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개발된 데다 자유롭게 가져다 쓸 수 있는 오픈소스라는 점도 강점이다.
기술 기업이 인공지능을 도입하려면 고가의 엔비디아 반도체 또는 챗GPT와 같은 외부 유료 서비스를 써야 해 인프라 구축 비용이나 고가의 사용료가 불가피한데 이를 줄일 수 있게 됐다.
TF인터내셔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딥시크의 비용 이점과 오픈소스 접근 방식은 여러 비스니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CNBC도 “딥시크 등장으로 미국의 기술 지배력이 위협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CNBC는 딥시크 개발 비용이 회사 주장보다 많을 수 있다는 인공지능 전문가 견해도 함께 제시해 딥시크를 향한 기대감이 과장됐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