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반도체에 기대는 중국 BYD, 테슬라와 판매량 경쟁 한계론 대두

▲ 브라질 바이아주 카마카리에 위치한 BYD 전기차 제조 공장을 2024년 12월26일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BYD가 테슬라와 연간 전기차 판매량 격차를 좁히고 있지만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 문제로 글로벌 선두로 치고 나가는 데는 한계가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BYD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해외 기업에 차량용 반도체 조달을 크게 의존하고 있어 차량 생산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1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BYD는 중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2024년 한 해 동안 순수전기차(BEV) 176만 대를 판매해 글로벌 1위 테슬라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글로벌 증권업계에선 테슬라가 작년에 181만 대를 전후한 전기차를 판매했을 것으로 추산한다.

테슬라는 현지시각으로 2일 작년 4분기 및 1년 출하량을 발표한다. 증권업계 추정이 맞다면 BYD와 판매량 격차는 5만여 대가 된다. 

BYD는 2023년만 해도 테슬라와 연간 전기차 판매량 격차가 23만3759대였지만 추격을 눈앞에 둔 수준까지 쫓아온 셈이다.

그러나 중국이 차량용 반도체 수입에 높은 의존도를 보여 BYD도 향후 판매 증대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전기차엔 내연기관차보다 2배 이상 많은 1600개가량의 반도체가 들어간다.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업체가 텍사스인스투르먼츠나 인피니온 등 해외 기업에 반도체를 의존하고 있어 공급망과 관련한 변수가 발생하면 차량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 집계 자료를 인용해 “중국의 차량용 반도체 자급률은 10%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미국 도널드 트럼프 차기 정부가 현재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뿐 아니라 자동차용 구형 반도체 제품까지 대중국 규제를 확대하면 BYD로서는 공급망 취약성이 악화할 공산이 크다. 

중국 정부도 차량용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을 서두르고 있으나 시간이 많이 필요해 공급망 차질이 BYD 차량 생산 및 판매에 잠재적 변수로 이어질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차량용 반도체 자급 체제를 구축하는 데에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 반도체에 기대는 중국 BYD, 테슬라와 판매량 경쟁 한계론 대두

▲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CEO가 2024년 3월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에 참석해 BYD와 협업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엔비디아>

더구나 중장기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이 전기차 판매 경쟁에 핵심 요소로 자리잡는 시기가 오면 BYD의 반도체 공급망 의존 문제가 더욱 부각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BYD가 엔비디아와 같은 해외 기업에 자율주행용 첨단 반도체 기술에 의존하는 정도가 구형 차량용 반도체보다 더욱 높아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2024년 1~9월 엔비디아의 차량용 반도체 가운데 하나인 ‘오린-X’는 중국 시장에서 37.8% 점유율로 선두를 달렸다.  

BYD도 물론 엔비디아 제품을 대체할 자율주행용 반도체 자체 설계를 추진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이다.

엔비디아 반도체 양산 일정이 늦춰져 차량 출시에 실제로 악영향을 받은 중국 기업도 나왔다. 

전기차 전문매체 CNEV포스트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차량용 차세대 반도체 ‘토르’ 양산 시점을 늦춰 샤오펑이나 니오 등 중국 업체의 전기차 출시 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BYD 또한 엔비디아와 협력해 토르를 도입하려던 기업 가운데 하나여서 샤오펑과 니오 사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반도체 기술력에서 BYD에 크게 앞서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CNBC에 따르면 테슬라는 자체 설계한 자율주행용 반도체로 이미 2019년부터 엔비디아 제품을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BYD가 테슬라에 최근 전기차 판매량을 추격하고는 있지만 반도체의 해외기업 의존 문제로 차량 생산을 꾸준히 늘려나가기가 어려운 국면에 처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컨설팅업체 시노오토인사이츠의 투 레 설립자는 CNBC를 통해 “중국 전기차 기업도 자체 반도체를 설계하고 있지만 한동안은 엔비디아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