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롯데건설 재무건전성이 개선되는 모습이 가시화되면서 롯데그룹 유동성을 바라보는 시장의 불안감을 희석시키는 데도 적잖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오랜 기간 유동성 위기를 겪던 롯데건설에 구원투수로 투입된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이 추진한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롯데건설의 모회사인 롯데케미칼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사채권자 집회를 개최한다.
롯데케미칼이 사채권자 집회를 여는 까닭은 롯데케미칼의 일부 공모 회사채에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기한이익상실이 선언되면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일시 변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고 채무자는 대출을 만기까지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잃게 된다.
롯데케미칼은 사채권자들이 기한이익상실 선언을 하지 않도록 이날 집회를 통해 회사채 특약사항 조정 등 협상을 진행한다.
다만 증권 및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롯데가 그룹 차원에서 시장의 유동성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롯데케미칼 사채권자들이 기한이익상실을 선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그룹은 시중은행 4곳(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과 2조5천억 원 규모로 롯데케미칼 회사채의 지급보증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지급보증 계약으로 롯데케미칼 회사채에 미지급 가능성은 사실상 차단된 것으로 평가된다.
롯데그룹은 지급보증 계약을 위해 담보로 롯데그룹의 상징이자 현재가치로 6조 원에 이르는 롯데월드타워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이번 롯데케미칼 사채권자 집회를 계기로 기한이익상실 사유와 관련한 재무 특약을 완전히 삭제하는 등 유동성 위기를 불식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롯데그룹은 '롯데그룹이 분해될 수도 있다'와 같은 그룹 유동성 관련 풍문을 놓고 수사기관에 고발 등 법적조치를 취해 시장의 불안감을 차단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모회사인 롯데케미칼을 넘어 그룹의 재무건전성을 향해 시장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가운데 롯데건설은 논란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롯데건설은 2022년부터 레고랜드 사태로도 불리는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사건'에 따라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유동성 위기를 겪어 왔다.
롯데그룹 내 재무전문가로 꼽히는 박 부회장은 2022년 12월부터 롯데건설의 위기 탈출을 위해 투입됐다.
박 부회장의 노력으로 롯데건설은 올해 주요 재무지표에서 가시적 개선을 이뤄냈다.
롯데건설의 2024년 3분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롯데건설의 PF 보증 규모는 9월 말 기준으로 4조3113억 원이다. 2023년 말 기준 5조4천억 원과 비교하면 20.2% 감소했다.
차입금 규모도 감소했다. 롯데건설의 2024년 3분기 차입금 및 사채 규모는 2조3790억 원이다. 2023년 말 기준으로 롯데건설의 차입금 및 사채 규모가 2조8090억 원에 이르렀던 것과 비교하면 15.3%(4306억 원) 줄었다.
부채비율 역시 2023년 말 235%에서 2024년 3분기에 217%까지 감소했다.
▲ 롯데그룹이 롯데케미칼 회사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보증의 담보물로 설정한 롯데월드타워의 모습. <롯데지주>
재무구조 개선의 성과는 박 부회장의 거취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올해 건설업계는 불황의 영향으로 10대 건설사 최고경영자 가운데 7명이 바뀌는 칼바람 속에서 박 부회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박 부회장은 2025년에도 재무구조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11월29일 정기 임원인사 발표 뒤 이어진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에서 롯데건설의 부채를 1조 원 감축해 올해 말 부채비율을 187.7%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금성 자산은 1조3천억 원으로 높이고 차입금은 1조9천억 원으로 떨어트리기로 했다.
우발채무 규모는 2024년 3조6600억 원에서 2025년 2조4700억 원대로 줄인 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등을 통해 최종적으로 2조 원 이하로 관리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