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정부가 중국산 철강에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 인도 현지 공장 가동을 준비하고 있는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떠오르는 인도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기회를 맞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대제철>
예상대로 인도 정부가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면, 내년 인도 현지 공장 가동을 준비하고 있는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이 인도 시장 입지를 더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쿠마라스와미 인도 철강부 장관은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 주재로 열린 관계기관 회의에서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마라스와미 장관은 이 회의에서 중국산 철강 수입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함에 따라 저가 중국산 철강의 범람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산 철강 제품에 최대 25%의 세이프가드 또는 임시 관세를 부과할 것을 상공부 장관에 제안했다.
세이프가드는 수입 업체가 제품을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 자국 업체가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해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다.
현재 인도 정부는 중국산 철강에 7.5%의 관세를 부과되고 있다. 하지만 인도 철강부와 산업계는 25%의 세이프가드 또는 2년간의 임시 관세 부과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인도의 중소 제조 기업들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관세로 철강 가격이 올라가면 타격을 입는다며 철강부 제안을 반대해오다, 인도 대형 철강업체들로부터 저가 제품 공급을 보장받자 최근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정부의 중국산 철강재 세이프가드 발동은 현지 공장 착공에 들어간 현대제철에게는 호재다.
인도 철강 시장조사업체 빅민트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의 철강 수입 대상국은 한국(246만 톤), 중국(132만 톤), 베트남(99만 톤), 일본(91만 톤), 러시아(40만 톤) 등이었다.
중국에서 수입되는 철강은 주로 후판과 평강 제품으로, 선박용 강재나 각종 건설과 설비시공 등의 용도로 쓰인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한국 제품에 비해 품질이 높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충남 당진에 있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후판 생산라인 모습. <현대제철>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는 최근 세계 철강 시황이 악화하자, 인도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중국 철강 업체들은 반중 정서가 강한 인도 현지에 공장을 건설하는 것이 쉽지 않아 현대제철이 세이프가드 조치로 반사이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포스코도 2005년 인도 오디샤주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려 했으나, 현지 주민 반대와 환경 파괴 논란 등으로 계획이 무산됐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과거 국경 분쟁 등으로 중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만큼, 중국 철강업체의 인도 현지 생산공장 건설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중국 본토에서만 8억 톤에 가까운 양을 생산하고 있어, 인도 현지에 공장을 또 세울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을 따라 중국 시장에서 대부분 철수하고 인도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는 이미 중국 베이징법인 매각 절차를 마쳤다. 충칭법인도 올해 상반기 매각이 결정됐다.
이 법인들은 현대자동차·기아 현지 공장에 가공한 자동차 강판을 공급했지만,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철수에 따라 매각 수순을 밟았다.
서 대표는 중국에 이어 세계 최대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인도 철강 시장 수요는 올해만 1억 톤이다.
세계 철강 전문 시장조사업체 월드스틸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인도 철강 수요는 연평균 7% 증가해 2030년에는 1억9천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2040년 수요 전망치는 3억3천만 톤이다.
특히 지난해 기준 인도 도시화율은 36.4%로 세계 평균(57.3%) 대비 낮아 향후 인프라 사업이 활발히 전개될 가능성이 큰 시장이다. 또 자동차 보급률도 8.5%에 불과해 잠재적 철강 수요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 현대자동차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인수한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탈레가온 자동차 생산공장(현대자동차 푸네 공장) 전경. < 한국GM >
현대제철은 올해 3분기 인도 푸네에서 연간 23만 톤의 생산이 가능한 스틸서비스센터(SSC) 착공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철강은 현대차가 지난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인수한 푸네 자동차 생산공장에 납품된다. 내년 2분기 시험 생산에 돌입한 뒤 3분기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가동되는 현대차 푸네 공장은 20만 대 현지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현대차그룹은 도 현대 첸나이 공장(연 82만4천 대), 기아 아난타푸르 공장(연 43만1천 대)을 포함해 인도 150만 대 현지생산 체제를 구축키로 했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도 향후 인도 생산 설비를 더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전화 통화에서 "인도 시장 수요가 커짐에 따라 자동차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인도 현지화 전략으로 철강 공급량을 늘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