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모셔널 차고에 아이오닉5 차량을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로보택시 시범운영 차량이 주차돼 있다. <모셔널>
GM이 자율주행 무인 차량호출 서비스 ‘로보택시’ 사업에 투자를 중단하며 완성차 기업의 시장 진출에 한계를 드러낸 만큼 현대차 모셔널도 유사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11일(현지시각)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GM이 크루즈에 추가 투자를 중단하기로 했다며 현대차그룹 자회사인 모셔널도 “불안한 신호들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GM은 최근 로보택시 사업을 전담하던 자회사 크루즈에 투자를 중단하고 이를 흡수합병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모셔널은 현대차와 미국 자동차 기술기업 앱티브가 2020년에 총 40억 달러(약 5조7298억 원)를 투자해 합작법인으로 설립한 자율주행 전문 기업이다.
현대차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HMGICS)에서 차량을 생산해 로보택시 서비스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었다.
모셔널은 차량호출 플랫폼 기업인 우버와 협력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로보택시 시범 운행을 진행하는 등 상용화 준비를 지속해 왔다.
그러나 앱티브가 올해 초 모셔널에 추가 투자를 중단하며 현대차그룹이 모셔널을 자회사로 편입해 투자 비용을 모두 책임지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초기 투자사가 손을 뗐다는 점은 부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현대차의 비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모셔널은 이후 올해로 계획하고 있던 로보택시 상용화 시점을 2026년으로 연기하고 인력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9월에는 모셔널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하며 임시 CEO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 현대차그룹과 구글 관계자가 11일 소프트웨어 관련 협업을 발표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송창현 현대차그룹 AVP 본부 사장(가운데)과 김흥수 현대차그룹 글로벌전략(GSO) 부사장(오른쪽 끝) 모습도 보인다.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앱티브가 보유하고 있던 모셔널 지분을 일부 인수하고 6천억 원 넘는 유상증자에도 참여하는 등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GM의 로보택시 사업 중단은 현대차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완성차 기업의 차량호출 시장 진출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이로써 테슬라를 제외한 모든 미국 자동차 기업이 로보택시 사업에서 손을 떼게 됐다”고 보도했다.
포드와 폴크스바겐도 과거 로보택시 상용화 계획을 두고 수십억 달러의 비용을 투자한 적이 있지만 이를 결국 철회했기 때문이다.
완성차 제조사들이 로보택시 사업에서 잇따라 이탈한 이유는 투자 대비 성과를 단기간에 기대하기 어렵고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도 쉽지 않다는 점이 꼽힌다.
구글 웨이모와 테슬라는 향후 로보택시 시장에서 사실상 양강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웨이모는 자율주행 시범 차량과 서비스 지역 등 측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갖추고 있으며 테슬라는 로보택시 전용 차량 ‘사이버캡’ 대량생산 계획도 구체화해 적극적 사업 확장을 예고했다.
완성차 기업들의 시장 진입 장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결국 현대차도 모셔널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대신 GM을 비롯한 다른 완성차 제조사의 전례를 따라 사업을 축소하는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떠오른다.
다만 현대차 관계자는 모셔널 사업과 관련해 “최근 인베스터데이에서 밝힌 내용과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8월 인베스터데이에서 현대차는 모셔널의 자율주행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유럽, 아시아태평양 등 다양한 시장에 로보택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모셔널의 자체 사업 이외에도 구글 웨이모와 협력해 로보택시 시장 성장에 수혜를 볼 수 있는 대안을 마련했다.
구글 웨이모가 현대차에 자율주행 전기차 위탁생산(파운드리)를 맡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HMGMA)에서 로보택시용 아이오닉5를 제조해 웨이모에 공급할 계획을 두고 있다. 이근호 기자